그 여름의 끝 이성복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
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
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사진과 詩 한 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봉선화 (0) | 2014.08.25 |
---|---|
다 바람같은 거야 (0) | 2014.08.19 |
맥문동같은 여자... (0) | 2014.08.11 |
느티나무 그늘에 짐 내리고 (0) | 2014.08.05 |
동행 (0) | 2014.07.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