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봉선화 정용주
어둠 저편 어둠 된 산에서 소쩍새 운다.
어둠 속에 웅크려 울컥, 토해내는 소쩍새 울음 더듬어본다.
오후에 그녀가 산을 내려갔다. 밤나무 검푸른 잎들이 천막을 친 응달의 비탈길.
나란히 걸을 수 없는 외길을 따라가며 보랏빛 꽃잎을 보았다.
바람에 흔들려도 떨어지지 못하고 비틀린 채 붙어 있는 꽃잎의 빛깔.
그녀는 서러운 빛깔의 꽃이름을 물었다.
<시감상>...'어둠 속에 울컥, 토해내는' 소쩍새 울음소리 들리는 숲길을 그녀가 떠나고 있네요
그녀와 나란히 걸을 수 없는 외길이 슬픔과 고통을 말해 줍니다
물론 그녀를 붙잡지 못하는 긴 사연과 고통이 있었을 테지요
밤나무 숲 응달진 비탈길을 내려가는 쓸쓸한 그녀 뒷모습이 보일 듯 합니다
그러다가 그녀의 눈에,
비툴린 채 바람에 대롱거리며 달려있는 분홍빛 꽃잎이 보입니다.
서러운 꽃잎의 빛깔, 한 참을 들여다 보다가 "꽃이름이 뭐니?" 물어 봅니다
꽃은 해시시...웃어만 주고,
얼른 내가 대답해 주고 싶어 집니다, " 물봉선화!"
올해 처음으로 물봉선을 찍어 보았습니다
아직 산성에는 본격적으로 물봉선이 피지 않았고 드문드문 수줍은 처녀처럼 얼굴을 내밀고 있는데,
노랑 물봉선,분홍 물봉선...너무나 곱습니다, 청초하다고 해도 될른지요? <2014.8.23.남한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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