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진과 詩 한 편

은행나무

by 에디* 2015. 11. 24.

 

은행나무                                     반기룡

 

신사 한 분이 서 계신다 
노란 옷을 입고 아무 말없이 빗방울을 맞으며
온몸을 촉촉이 적신 채 흠뻑 명상에 취해 계신다

노랗게 물든 이파리를 바르르 떨며 
된서리가 내리면 냉기를 받아 온몸에 주사선처럼 보내고
찬바람이 불면 미련하게 맞서지 않고
조용히 뿌리로 그 기운을 전송한다

은빛 살구나무라 불리기도 하며
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부글부글 끓고 님에 대한 애간장을 태워
썩은 내음이 대명천지에 진동한다는 설도 있고 보니

밀알 한 알이 썩어야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듯
튼실한 열매를 맺기 위하여 필사적으로
자신을 망가뜨렸구나

은행나무 아래서 은행처럼 단단한 지혜를 발견하였구나

(사진 은행나무  2015.11.17. 올림픽공원)

 

 

 

 

'사진과 詩 한 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덤으로  (0) 2015.12.21
첫눈 오는 날 만나자  (0) 2015.12.04
담쟁이  (0) 2015.11.12
자작나무  (0) 2015.10.27
해바라기 연가  (0) 2015.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