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조희룡(1789~1866)
우리 인생 그 어데서
밑도 끝도 없는 시름을 흩어보내나?
향기롭고 눈같은 매화의 바다에
다락배 하나 띄우면 되지
책을 펼치면 복이 오는 것 쯤이야
예전부터 잘 알고 있지만
꽃을 본다고 그 위에 다시
어떤 복이 얻어질까?
시들어가는 생명을 붙잡으려
안달하는 미망은 본래부터 없으나
맑고도 고운 그모습 사랑하여
백발 노년에 이르렀네
그래도 반가운 소식 한 가지는
역풍이 내 깊은 방으로 불어 오는 것
꽃잎 하나라도
흐르는 물위에 띄워 보내지 않으려네
예로부터 선비들이 봄의 길목에서 매화 구경으로 풍류를 즐겼다던 탐매(探梅)는 아닙니다
서대문의 안산(鞍山)벚꽃을 구경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만난 봉원사의 홍매입니다, 탐매(探梅)라고 하면 천연기념물로 지정인 된 유명 매화 4그루 쯤 보아야겠지요 우리나라에 단 4주밖에 없다는 천연기념물 매화는, 순천 선암사의 선암매, 구례 화엄사의 화엄매, 장성 백양사의 고불매(古佛梅), 그리고 강릉 오죽헌의 율곡매라 하는데... 선비의 근처에도 못가는 나그네는 넷 중에 구례 화엄사 각황전 앞 흑매만을 겨우 보았습니다
봉원사 삼천불전 앞의 이 매화는 겹꽃으로 화려한 게 우리 토종매화는 아닌 듯 하고 아주 젊은 매화입니다
전국 각처의 유명 매화는 대부분 산사의 토종 매화로 일본매화 보다는 덜 화려하지만 향기는 더 진하고 수백년 된 고목들이지요
한국 불교 태고종의 총본찰인 봉원사의 홍매도 몇백년 후에는 유명 매화가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