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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詩 한 편

하나병원 장례식장 뒤편소각장

by 에디* 2015. 9. 21.

 

하나병원 장례식장 뒤편 소각장..............함기석

 

불타고 있

누군가 쓴 일기장

누군가 신던 기린양말

누군가 선물받은 아름다운 목도리

눈 속에서 불타고 있

누군가 발이 되어준 지팡이

누군가 불면속에서 쓰다듬던 장난감 펭귄

누군가 비운 빨간 약병

첫눈 속에서 모두 불타고 있다

누군가 잃어버린 벙어리장갑

누군가 아기를 안고 칸나처럼 웃던 창문

누군가 잃어버린 청춘

열쇠 없는 일요일 아침,자물쇠 닮은 갑작스런 죽음

누군가 머물다 떠난 빈 벤치

누군가 죽은 숲

누군가 울면서 걸어간 눈길

모두 젖은 물고기처럼 불타고 있다

 

 

(사진: 들꽃마루 2015.9.3. 올림픽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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