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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詩 한 편

바람의 말

by 에디* 2015. 9. 30.

 

바람의 말                      마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의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피곤해져도 잊지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사진 : 올림픽 공원의 구월  2015.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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