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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장의 사색

어머니

by 에디* 2016. 11. 22.

 

 

울굿불굿 단풍으로 물든 창경궁 통명전 앞을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어머니 두분이 걸어 가신다

앞 모습은 전혀 보지 못했지만,

어머니라고 하기에는 너무 곱고, 우리 또래나 아니면 한 두살 위가 아니실까?

요즘 고궁에 가면 어린 학생들이 아무렇게나 한복을 입고  활보하는 게 눈에 거스를 때도 있다

한복 위에  배낭을 멘 것도 보기 싫고, 임금이 입는 용포를 걸치고 뛰어가는 모습은 가관이라 하겠

갓을 쓴 선비는 결코 뛰지 않는 법...

<사진  창경궁 2016.11.12.>

 

나이 지긋하신 이 분들은 그런 관광객들과는 달라 보인다

우리의 어머니들 처럼 조신하게 조용조용...걸으면서 담소를 나누신다,

저기 저 통명전은 왕비의 거처라네, 지붕에 용마루가 없잖아...?

그래 맞아, 장희빈이 인현왕후를 질투하여 저주하는 흉물을 묻었던 곳이 바로 저 곳이야...

 

 

젊은 처자들아, 우리에게도 꽃다운  소녀 시절이 있었다네,어느새 늙었지만...

 

 

지독한 찻멀미를 하셨던 나의 어머니는 창경궁 구경도  한 번 못하시고 하늘나라로 가셨다.

충청도에서 태어나 경상도에서 돌아가신 내 어머니는 이 못난 자식이 서울에서 결혼 할 때 비로소 처음 서울구경을 하셨다.

한 세대 전의 우리 여인네들의 운명은 고궁 나들이나마 마음대로 할 수 있었던가?

하여간에...나는 세상에서 가장 미안한 분이 돌아가신 내 어머니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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