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구르몽
시몬, 나무 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 질 무렵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지며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 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가벼운 낙엽이리니
벌써 밤이 되고, 바람은 우리를 휩쓴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구르몽의 시 <낙엽>은 그가 32세 때인 1892년에 출판된 시집 <시몬 La Simone>에 수록된 시이다.
그의 인상주의 문학이 무르익어 갈 무렵이었다. 이 시집은 타이틀에서 보듯이 그가 사랑한 ‘시몬’이란 여인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채워져 있다. 구르몽의 시에는 그의 독특한 감성과 상상으로 이룩된 ‘시몬’이란 한 여성에 대한 깊고 뜨거운 애정이 잠겨 있다. 그리고 반복 기법에서 오는 효과가 이 시에 묘한 매력을 더해 주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시의 주제는 마지막 연에 들어있다고 하겠다.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 되리니.” 그렇다, 죽음은 인간이라면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시인은 한잎 두잎 떨어지는 낙엽을 보고 이 피할 수 없는 운명 앞에서 “영혼처럼 울 수밖에” 없는 낙엽들을 보았다. 그리고,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하고 매 연마다 반복해서 묻고 있는 것은, 자기는 그 소리가 듣기 싫다는 것을 반어적으로 강하게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시인은 “낙엽은 버림받아 땅 위에 흩어져 있”고,“발로 밟으면 낙엽은 (죽은) 영혼처럼 운다”고했던 것이다.
그러나 결국 낙엽은 때가 되면 떨어져 죽게 되고, 비록 자신은 죽지만 다시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나기 위해 죽는다는, 즉 생명의 영원성 다시 말해 윤회사상도 깃들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