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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詩 한 편367

행복 / 유치환 행복 유치환 ----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 더 의지삼고 피어 흥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방울 연련한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올림픽 공원에 .. 2010. 8. 6.
엉겅퀴 뿌리 / 김내식 엉겅퀴 뿌리 김내식 고향을 찾는 고갯길 콩밭골 밭둑가 엉겅퀴 뿌리 닭백숙에 넣어서 끓여먹는다 아버지의 등판 땀 내음 물씬 나고 어머니가 콧물을 닦아주던 소매 끝에서 풍기는 찝찔하나 정겨운 흙냄새 온 몸에 퍼저 나간다 억세게 뿌리가 땅으로 뻗은 만큼 하늘로 솟아 꽃이 된 나는 밝은 하늘만 바라보느라 땅 밑의 어두움 잊고 살았다 바늘로 콕 찌르는 향을 맡으며 가신님을 떠올리다 이제야 깨닫는다 이땅의 거친 산록에 엉겅퀴가 피는 계절입니다 그 어려웠던 시절에 엉겅퀴처럼 억세게 살아서 자식들을 꽃피우신 부모님이 그리워 집니다 하늘만 바라 보다가 땅밑의 어두움은 잊고 살았죠 이제야 저도 깨닫습니다 그런데....정말 엉겅퀴 뿌리를 닭백숙에 넣어 먹는지요? 금시초문..... 2010. 8. 6.
붓꽃 / 박인걸 붓꽃 박인걸 보랏빛 눈 化粧 한 흔치않은 미인이 어느 돌담길에 가녀린 몸으로 기대어 있다. 그리운 사연을 적어 오래전 보낸 戀書 기다려도 답장 없어 茫然히 하늘만 바라만 본다. 비라도 퍼붓는 날이면 행여나 스러질까 초조한 눈빛 울음 터트릴 듯한 입술 진실한 사랑은 꼿꼿한 자존심을 버릴 때 분홍 빛 고백으로 다가오는 걸 알고 있을까 2010. 8. 6.
석남꽃 입에 물고 / 강정순 석남꽃 입에 물고 강정순 내가 石南꽃을 좋아하는 이유는 꽃의 부귀로움에 있음이 아니고 오월 아낙네의 춤 속에서 피던 꽃의 인내로움으로 해서인데. 지난적 이야기로는 그 꽃은 가장 무서운 번개 속에서 핀다더라 내가 石南꽃을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맨 처음 내 눈맞추던 계집아이가 늘 그 꽃 아래로 나를 이끄는 통에 그 향내에 그만 반해 버려서인데 神이 들린 아이는 이른 봄날 石南 아래에서 가슴앓이를 하다가 푸른 바람을 타고 가 버리고... 소금같은 이야기를 뿌리던 장성한 아들 옆에는 꽃처럼 곱게 늙은 여인 하나가 石南꽃 입에 물고 춤을 추는데 먼데서 그걸 지켜보는 중년 하나가 석양을 벗삼아 길을 떠난다 석남꽃을 아시는지요? 수년전에 강시인을 만났을적에 석남꽃이 어떤 꽃이냐고 물었더니... 설명은 않고 빙긋이.. 2010. 8. 6.
성(城) / 손상근 성(城) 손 상 근 詩 좁아진 나의 마지막 영토 남은 깃발 하나 사소한 외풍에도 성문 닫아 걸고 성벽 높이며 자주 긴장하고 경계한다. 요즘은, 성벽 무너지는 꿈에 시달리기도 한다. 나는 오늘, 내 성(城) 안을 들여다 보며 허물어진 옛 성벽 난간에 앉아 있다. 2010. 8. 6.
기억과 추억 사이 / 김해룡 기억과 추억사이 지금이 지나면 기억이 되는 시간 산다는 것은 내가 아는 그자리에 존재하고 있을 기억들을 추억하며 사는 일 그러나 추억은 쉽지가 않네 가끔은 시간조차 무시당하고 마는 허기진 현실앞에 초췌한 기억조차 비틀거리며 가고 있네 이제 그만 힘든 기억도 지친 추억도 쉬어 갈 수 있었으면 좋겠네 정말 그랬으면 좋겠네 2010. 8. 6.
라일락 향기 / 강정순 라일락 향기 그대가 오늘도 묻는 낮은 목소리 사랑하는가 정작이 나를 사랑하는가 라일락 향기에 취해있을 때 그대가 묻는 낮은 목소리 나를 사랑하는가 정작이 나를 사랑하는가 그대가 나직하게 오늘도 묻는 나를 사랑하냐는 물음이..... 이제는 너를 향한 사랑이기 보다 정작이 나 자신을 스스로 사랑하는가? 하는 물음으로 들려옵니다 그것은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산 세월이 너무 긴 때문입니다 2010. 8.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