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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詩 한 편367

벚꽃놀이 벚꽃놀이 유준협 솔직히 말하면 내가 꽃 보고 싶겠어요 당신 보고 싶지 "우리 벚꽃 보러 갈까요?" 2021. 2. 15.
마애불을 찾아서 2021. 2. 7.
폐사지에서 2021. 2. 6.
서울 꿩 서울꿩 김광규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한 모퉁이에 섬처럼 외롭게 남겨진 개발제한 구역 홍제동 뒷산에는 꿩들이 산다 가을날 아침이면 장끼가 우짖고 까투리는 저마다 꿩병아리를 데리러 언덕길 쓰레기터에 내려와 콩나물대가리나 멸치꽁다리를 주워먹는다. 2021. 2. 3.
내소사 꽃살문 2021. 2. 1.
삼천 배를 하며 삼천 배를 하며 이성이 어떻게 생각하면 외설스러운 것인데 커다란 엉덩이를 가만히 내렸다가 엉덩이만 남기고 납작 엎디는 것은 자기도 평생 볼 수 없는 부분을 세상에 오롯이 드러내어 보여주는 일인데 엉덩이 굴곡과 항문 샅으로 이어지는 부분을 뒤로 다 드러내는데,그래서 어찌 보면 수치스럽기도 한 것인데 일어섰다가 다시 엎디는 반복동작이 성교하는 모습을 떠올리기도 하는데 일어서면 없어졌다가 엎디면 둥그런 돌덩어리 되고 둥근 돌덩어리가 올라가면 반구면이 되었다가 다시 둥글고 부드러운 호박덩어리가 되는 수 없는 반복 다리가 후들거리고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는 삼천 배쯤이면 엉덩이는 없어지고 둥근 마음만 오르락내리락 하는데 하여 계속하면 외설도 착해지는 길목쯤만 같은데 착해지지 않으면 어찌 계속할 수 있으랴,아주 .. 2021. 1. 24.
어느 절간 어느 절간 이생진 소나무가 바람을 막았다 부처님이 흐뭇해 하신다 눈 내리는 겨울 밤 스님 방은 따뜻한데 부처님 방은 썰렁하다 그래도 부처님은 웃으신다 2021. 1. 22.
멸치의 열반 멸치의 열반 장용철 눈이 꼭 클 필요 있겠는가 검은 점 한 개 콕 찍어놓은 멸치의 눈 눈은 비록 작아도 살아서는 바다를 다 보았고 이제 프랑크톤 넘실대는 국그릇에 이르러 눈 어둔 그대들을 위하여 안구마저 기증하는 짭짤한 생 검은 빛 다 빠진 하얀 눈 멸치의 눈은 지금 죽음까지 보고있다. 2021. 1. 22.
산국화가 피었다는 편지 산국화가 피었다는 편지 임태주 가을해가 풀썩 떨어집니다 꽃살 무늬 방문이 해 그림자에 갇힙니다 몇 줄 편지를 쓰다 지우고 여자는 돌아앉아 다시 뜨개질을 합니다 담장 기와 위에 핀 바위솔 꽃이 설핏설핏 여자의 눈을 밟고 지나갑니다 뒤란의 머위 잎 몇 장을 오래 앉아 뜯습니다 희미한 초생달이 돋습니다 봉숭아 꽃물이 남아 있는 손톱 끝에서 시(詩)는 사랑하는 일보다 더 외로운 일이라는데 …… 억새를 흔들고 바람이 지나갑니다 여자는 잔별들 사이로 등(燈)을 꽂습니다 가지런히 빗질을 하고 一生의 거울 속에서 여자는 그림자로 남아 산국화가 피었다는 편지를 씁니다 산국화가 피었다는 편지를 지웁니다 2020. 11.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