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막차 송종찬
사랑할 때 나는 매일 막차를 탔다
차창에 기대어
전주에서 부안까지
솜처럼 연한 잠에 빠져들곤 했다
조금 조금만 하다가 막차를 놓치고
낡은 수첩을 뒤적일 때
그러나 모든 걸 포기하고 돌아서려는 순간까지
막차는 어서 오라 손짓을 했다
한여름의 폭우 속에서도
막차는 반딧불 같은 라이트를 켜고
굽이굽이 고개를 넘어갔다
돌아갈 수 없는 먼 길을 달려
막차는 집도 없는 종점에서 잠이 들었고
찬 이슬 새벽 첫차가 되어
해를 안고 내 곁을 떠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