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꽃 진 자리 나태주
사랑한다,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가졌다
누구에겐가 말해주긴 해야 했는데
마음놓고 말해줄 사람 없어
산수유꽃 옆에 와 무심코 중얼거린 소리
노랗게 핀 산수유꽃이 외워두었다가
따사로운 햇빛한테 들려주고
놀러온 산새에게 들려주고
시내물 소리 한테까지 들려주어
사랑한다,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가졌다
차마 이름까진 말해줄 수 없어 이름만 빼고
알려준 나의 말
여름 한철 시냇물이 줄창 외우며 흘러가더니
이제 가을도 저물어 시냇물도 입을 다물고
다만 산수유 진자리 산수유 열매들만
내리는 눈발 속에 더욱 예쁘고 붉습니다
(산수유 열매 2016.1.12.11. 올림픽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