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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詩 한 편

산수유꽃 진 자리

by 에디* 2017. 1. 10.

 

산수유꽃 진 자리                               나태주

 

사랑한다,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가졌다

누구에겐가 말해주긴 해야 했는데

마음놓고 말해줄 사람 없어

산수유꽃 옆에 와 무심코 중얼거린 소리

노랗게 핀 산수유꽃이 외워두었다가

따사로운 햇빛한테 들려주고

놀러온 산새에게 들려주고

시내물 소리 한테까지 들려주어

사랑한다,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가졌다

차마 이름까진 말해줄 수 없어 이름만 빼고

알려준 나의 말

여름 한철 시냇물이 줄창 외우며 흘러가더니

이제 가을도 저물어 시냇물도 입을 다물고

다만 산수유 진자리 산수유 열매들만

내리는 눈발 속에 더욱 예쁘고 붉습니다

 

 

 

 

 

 

 

(산수유 열매 2016.1.12.11. 올림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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