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詩 한 편367 석류, 웃다 석류, 웃다 최순향 고독도 잘 익으면 너에겐 웃음일라 고운 치열 자랑하며 활짝 웃는 그 모습 부시게 눈이 부시게 사리(舍利)로 꽉 찬 속내 2020. 1. 12. 저녁에 저녁에 김광섭 저렇게 많은 별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서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서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인간의 존재에 대한 깊이 있는 내면적 성찰을 통해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에 도달하고 있는 작품이다. 1연에서는 저녁 밤하늘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과 화자인 ‘나’가 서로 만나 교감을 나누고 있다. 2연에서는 어둠 속에서 빛나다가 새벽이 되면 사라질 별의 모습과, 세월이 흐름에 따라 홀로 쓸쓸하게 죽어갈 수밖에 없는 인간의 운명이 대조적으로 제시되면서, ‘별’과 ‘나’의 관계가 지속될 수 없는 관계임을 암시하고 있다. 그.. 2020. 1. 10. 능내리에서 능내리에서 추교석 산 그림자 밟히는 걸음에 강물의 은비늘은 바람을 치는 해질녘이다 갈대가 온 몸으로 울고있다 마음 가득 채워 오가는 이 없는 이 들길에 눕지도 못하는 영혼 물은 나무에게 나무는 물에게 물안개 하얀 한 소절 너를 안고 나는 저문다 2019. 12. 27. 사랑에 답함 사랑에 답함 나태주 예쁘지 않은 것을 예쁘게 보아주는 것이 사랑이다 좋지않은 것을 좋게 생각해 주는 것이 사랑이다 싫은 것도 잘 참아주면서 처음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나중까지 아주 나중까지 그렇게 하는 것이 사랑이다. 2019. 12. 26. 낙엽 낙엽 구르몽 시몬, 나무 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 질 무렵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지며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 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가벼운 낙엽이리니 벌써 밤이 되고, 바람은 우리를 휩쓴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구르몽의 시 은 그가 32세 때인 1892년에 출판된 시집 에 수록된 시이다. 그의 인상.. 2019. 12. 23. 풍경 풍경(風磬) 김제현 뎅그렁 바람따라 풍경이 웁니다 그것은,우리가 들을 수 있는 소리일 뿐 아무도,그 마음속 깊은 적막을 알지 못합니다. 만등(卍燈)이 꺼진 산에 풍경이 웁니다 비어서 오히려 넘치는 무상의 별빛. 아,쇠도 혼자서 우는 아픔이 있나 봅니다 2019. 12. 17. 눈 오는 날 눈 오는 날 이현규 눈 내리는 날 너도 올 것 같아 너 몰래 네가 오던 길 마중 나간다 기다려도 기다려도 너는 오지 않고 너를 마중 나왔던 하얀 눈 위의 내 발자국 따라 돌아 오는데 내 발자국 끝에 서 있는 너를 보았다 2019. 12. 10. 가끔은 가끔은 용석환 가끔은 나는 그래. 풍선처럼 바람을 넣어 시원하게 터트리고 싶어 마음 속 뻥 뚫리게. 하얀 색을 마구 뿌려 백지로 만들고 싶어 걱정 고민 다 잊어버리게. 그리고 바람이 되고 싶어 편안하게 몸을 맡기며 돌아다닐 수 있게. 가끔은 나는 그래. 2019. 11. 30. 그랬다지요 그랬다지요 김용택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사는 게 이게 아닌데 이러는 동안 어느새 봄이 와서 꽃은 피어나고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러는 동안 봄이 가며 꽃이 집니다 그러면서, 그러면서 사람들은 살았다지요 그랬다지요 2019. 11. 27. 이전 1 2 3 4 5 6 7 8 ··· 4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