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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詩 한 편367

제비꽃 편지 제비꽃 편지 안도현 제비꽃이 하도 예쁘게 피었기에 화분에 담아 한번 키워보려고 했지요 뿌리가 아프지 않게 조심조심 삽으로 떠다가 물도 듬뿍 주고 창틀에 놓았지요 그 가는 허리로 버티기 힘들었을까요 세상이 무거워서요 한 시간이 못 되어 시드는 것이었지요 나는 금세 실망하고 말았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그럴 것도 없었어요 시들 때는 시들 줄 알아야 꽃인 것이지요 그래서 좋다 시들어라, 하고 그대로 두었지요 2011. 4. 5.
나를 잊고자 나는 잊고자 한용운 남들은 님을 생각한다지만 나는 님을 잊고자 하여요 잊고자 할수록 생각하기로 행여 잊힐까 하고 생각하여 보았습니다 잊으려면 생각하고 생각하면 잊히지 아니하니 잊도 말고 생각도 말아 볼까요 잊든지 생각든지 내버려 두어 볼까요그러나 그리도 아니 되고 끊임없는 생각생각에 님뿐인데 어찌하여요 구태여 잊으려면 잊을 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잠과 죽음뿐이기로 님 두고는 못하여요 아아 잊히지 않는 생각보다 잊고자 하는 생각이 더욱 괴롭습니다 꽃만 보기 좀 뭐해서 누구나 좋아하는 사랑시인 한용운님의 시를 한 수 꺼내 읽습니다 역설과 반어의 명수인 만해님의 시를 읽으며 나는 그분의 시를 애국시로 이해하고 싶지 않고 순수한 사랑시로 읽습니다. 잊고자 한다는 것은 반대로 영원히 사랑하고 싶어하는 마음의 역.. 2011. 3. 25.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정희성 어느날 당신과 내가 날과 씨로 만나서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우리들의 꿈이 만나 한 폭의 비단이 된다면 나는 기다리리, 추운 길목에서 오랜 침묵과 외로움 끝에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그윽한 눈을 들여다 볼때 어느 겨울인들 우리들의 사랑을 춥게 하리 외롭고 긴 기다림 끝에 어느날 당신과 내가 만나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2011. 3. 23.
새벽안개 2011. 2. 7.
먼 강물의 편지 2011. 2. 4.
오동나무 오동나무 꽃 -손광은- 아내가 딸을 낳아도 나는 오동나무를 심지 못했다 멋진 약속을 깨고 마음속에 심었다 마음 속 오동나무는 사철 꽃이 피었다 기다림이 밀려와서 그리움이 밀려와서 暗紫色 안개일 듯 적막한 몸을 감고 꽃이 피었다. 화사한 봄날 매화꽃이 지듯 아내는 차분한 겸손만큼 다소곳 소박한 몸짓을 하고 울렁이듯 어둡게 슬픈 꽃이 되었다 나는 해질녘 인정이 그리워 어둠을 머금고 울먹이고 서러움 저만치 보내면, 아내는 산등성이 서성이고 마디마디 매인 서러운 영혼은 하늘을 헤매고 있겠지 나는 가무스름한 밤 연기처럼 따라가 안겨 가는구나 소릿기 없이 시름없이 암보라색 꽃빛깔로 갈라진 가슴 그리움에 젖는구나 2011. 1. 28.
범부의 노래 거세게 밀려와서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그러나 보기에 따라서는 솜사탕처럼 부드럽고 순하다 어쩌면 세상 만물이 다 그렇지 않은가? 속도를 아주 느리게 하면 거센 파도도 물안개에 지나지 않고 몸에 좋은 양약도 과하면 독약이 되고, 운동이 몸에 좋지만 그것도 과하면 건강을 해친다... 凡婦의 노래 바다는 큰 눈물 웅얼 웅얼 울며 달을 따라가지 그 눈물 다 가면 광막한 벌이라네 바다는 그저 눈물 눈물이 더 불어 누워 돌아오지 그리곤 또 가네 몇 번이라도 달 때문이네 이 바람을 어이랴 실바람 한 오락지 살갗에만 다아도 사람 내음에 젊은 머리털 한 웅큼에열 손가락 찔러넣듯,眞紅의 官能에 몸서리치며 내 미치네이적진 몰랐던이리도 피가 달아질 일아아 바람에 바람에,이 살을 다 풀어 주어야 내가 살겠네 사랑만으로는결코 배부.. 2010. 12. 27.
억새의 노래 억새의 노래 손상근 내 마음 흔들림 모른 체하며 저만치서 손 흔드는 그대는 바람 제 잎에 가슴을 베이면서도 멈출 줄 모르는 나의 흔들림 야위는 목마름은 젖고 싶은데 잠시 머물다 간 그대 따스한 온기 가만히 만져보면 빈손일 뿐 여운은 안개처럼 가슴에 남는데 서걱이는 서러움은 어찌할까요 올림픽공원 몽촌토성 안쪽에 그리 넓지는 않지만...작은 억새밭이 있다 규모는 작아도 질은 최상급 억새다, 키도 훌쩍 커서 우리 키보다 높을 뿐 아니라, 도인의 하얀 도포나 수염처럼 깨끗한 은색꽃이 일품이다, 올해 하늘공원도 명성산 억새밭에도 가 보았지만, 이처럼 멋진 억새는 보지 못했다 바람에 휘날리는 이 꽃을 잘 담아 보려고 이틀동안 공원에 갔다 속도를 느리게도 찍어 보고 빨리도 찍어 보고... 그래도 그래도 마음에 차지 .. 2010. 10. 27.
상처받은 자에게 쑥부쟁이 꽃잎을 2010. 10.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