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詩 한 편367 폭포 / 김수영 폭포 / 김수영 폭포는 곧은 절벽(絶壁)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 규정(規定)할 수 없는 물결이 무엇을 향(向)하여 떨어진다는 의미(意味)도 없이 계절(季節)과 주야(晝夜)를 가리지 않고 고매(高邁)한 정신(精神)처럼 쉴 사이 없이 떨어진다. 금잔화(金盞花)도 인가(人家)도 보이지 않는 밤이 되면 폭포(瀑布)는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이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 번개와 같이 떨어지는 물방울은 취(醉)할 순간(瞬間)조차 마음에 주지 않고 나타(懶惰)와 안정(安定)을 뒤집어 놓은 듯이 높이도 폭(幅)도 없이 떨어진다. (시집 "달나라의 장난", 1959) 2010. 10. 16. 고향 / 정지용 고 향 - 정지용 -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꽁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메끝에 홀로 오르니 흰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 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고향에 성묘하러 갔다가 정지용시인의 생가를 방문했다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2010. 9. 14. 백일홍의 사랑 백일홍의 사랑 최해춘 하루도 더 하지 않을래요. 백일 동안만 당신을 사랑하게 하여 주소서. 하루도 덜 하지 않을래요. 백일 동안만 당신을 마주하게 하소서. 붉은 꽃잎 바람에 이울기 전에 토담 밑 양지 쪽에 가만히 앉아 백일 동안만 당신을 지켜 보게 하소서. 겹겹이 포개어진 꽃잎 마다에 그리움의 마음을 채워 왔어요. 키 작은 몸으로 발돋움하며 당신이 보고파 피어 났어요. 하루 더 보고파도 보채지 않을래요. 가슴에 고인 꽃정 시들기 전에 백일 동안만 그리운 당신 앞에 머물게 하소서. 2010. 9. 2. 코스모스 코스모스 윤동주 청초한 코스모스는 오직 하나인 나의 아가씨, 달빛이 싸늘히 추운 밤이면 옛 소녀가 못 견디게 그리워 코스모스 핀 정원으로 찾아간다. 코스모스는 귀뚜라미 울음에도 수줍어지고, 코스모스 앞에 선 나는 어렸을 적처럼 부끄러워지나니, 내 마음은 코스모스의 마음이요 코스모스의 마음은 내 마음이다 2010. 8. 28. 언제나 웃을꺼야 메꽃처럼 / 김남숙 언제나 웃을거야 메꽃처럼 시인 김남숙 비가 와도 활짝 웃고 있는 메꽃처럼 나도 그렇게 활짝 웃을거야 이 한 세상이 메꽃이 피었다 지는 한 나절처럼 짧다는 것을 기억할거야 짧은 생애, 웃을거야 웃기만 할거야 이 생에서의 삶이 영원하지 않음으로 나는 언제나 웃을거야 웃기만 할거야 2010. 8. 6. 살면 살수록 세상은 아름다워 고통스럽네 / 최대남 살면 살수록 세상은 아름다워 고통스럽네. 최대남 흙속에 몸을 묻고 살기는 마찬가지, 지독하게 화려한 꽃을 피우고도 능소화는 그래도 못내 서럽네 사는 일이 그런게지 사는 일이 그런게지 살면 살수록 세상은 아름다워 고통스럽네 나만 못한 목숨 어디 있을까 잠시전 태어났던 하루살이의 죽음도 성스럽기만 하네 누구도 무엇도 사랑한다고 나 감히 말 할 수 없네 어느것 앞에서도 이 몸 낮기만 해 감히 탐욕구덩이 내 마음속에 그 무엇도 들여놓기 죄스럽네 그대 사랑하는 마음도 교만이었네 이별 슬픔 고통 있어 더욱 빛나는 세상 그속에 존재하는 미물까지도 알고보니 그들은 창조자였네 지엄한 신이 나투신 모습이었네,교만했던 가슴을 눈물이 덮네 살아있는 일이 이토록 애절한 것임을 흙속에 묻혀서도 흙묻지 않는 능소화 지독한 꽃잎을 .. 2010. 8. 6. 도라지꽃 / 이해인 도라지꽃 이해인 엷게 받쳐 입은 보라빛 고운 적삼 찬 이슬 머금은 수줍은 몸짓 사랑의 순한 눈길 안으로 모아 가만히 떠 올린 동그란 미소. 눈물 고여오는 세월일지라도 너처럼 유순히 기도하며 살고 싶다. 어느 먼 나라에서 기별도 없이 왔니. 내 무덤가에 언젠가 피어 잔잔한 송가를 바쳐 주겠니. 강원도 삼척의 동막리라는 산골 마을을 지나던 길가에 도라지밭이 있었다. 피고 지고 또 피어나고...이렇게 고운 꽃을 피워 낸 후,도라지는 인간에게 유용한 식품이 되도록 뿌리를 내어준다, 사랑의 마음으로 자세히 들여다 보니... 그 꽃이 보통 예쁜 게 아니다 그래서,삼척에 사는 친구가 도라지꽃을 보여 주려고...멀리서 초대를 해 주었구나 도라지 꽃도 강원도 산이 역시 더 청초해 보이는 게 아닌지....? 2010. 8. 6. 정은이 / 손상근 정은이 손상근 조롱물 소리 나즉한 이른 아침 함초롱 이슬젖은 잠 덜깬 원추리꽃 도라지 산나리꽃 함께 바람 몰려가다 건들면 까르르 한바탕 자지러지는 해맑은 얼굴 매미 소리 더운 여름 한나절 지나가는 소낙비 한 줄금에 속살 젖고 긴 머리 함초롱 예쁘구나 아스름한 꽃향기로 노을에도 곱구나 살짝이 훔쳐보는 귀밑머리 예쁘구나 이슬젖은 원추리꽃처럼 예쁘고 사랑스러운 정은이에 대한 사랑이 엿 보이는 시인의 마음이 하도 고와서 이 시 한수를 골라 봅니다. 정은이는 아마도 시인의 따님이 아닐까요....? 저도,원추리꽃 나리꽃같이 예쁜 꽃들을 키우고 피웠습니다 하나 둘 부모 곁을 떠나더니,이제는 아주 멀리 외국으로 살러 간다네요. 물론 아주 가지는 않고 공부하고 돌아 올 것입니다만,그래도 허전한 마음이... 2010. 8. 6. 장미 / 허영자 장미 허영자 그를 안 본 것으로 그 눈부심 향기로움 모르는 것으로 가시에 찔린 심장 피 안 흐르는 것으로 불길에 데인 흔적 도무지 없는 것으로 올림픽 공원에 장미원이 생긴 올해에는... 장미를 보러 서울 대공원이나 일산 호수공원 또는 더 멀리 인천대공원으로 가지 않고, 올림픽 파크 장미원에만 4번을 다녀왔습니다 한송이씩 담아도 좋고 여러송이를 담아도 아름답지만, 오늘은 벤치에 앉아 멀리 보이는 유월의 장미꽃밭을 바라봅니다 2010. 8. 6. 이전 1 ··· 37 38 39 40 4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