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詩 한 편367 그대, 꽃처럼 그대,꽃처럼 원경스님 저 혼의 크기 만큼만 피어서 그 빛깔과 향기는 땅이 되고 하늘이 되나니, 나도 저처럼 내 혼 만큼만 피어나서 땅이 되고 하늘이 되리. 피어나는 때를 아는 꽃처럼 지는 때를 아는 꽃처럼 이르지도 늦지도 않은 채 영겁을 노래하는 꽃처럼 살으리 나도 저처럼 내 혼 만큼만 피어나서 땅이 되고 하늘이 되리 수레국화가 피는 언덕에 저만치 양귀비며 안개꽃들이 피어 있습니다 어쩐지 너무 선명하게 세상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수레국화 뒤로 붉은 동그라미는 개양귀비 꽃이고 노랑색 동그라미는 금영화입니다, 그냥 뽀얗게 뭉개진 것들은 안개꽃이지요 나른한 한 낮 오후에 벌들의 날개짓만은 분주합니다 (수레국화,2012.5.29.) 2012. 6. 5. 개양귀비꽃 개양귀비 들판에서 플랜더즈 들판에 양귀비꽃 피었네, 줄줄이 서있는 십자가들 사이에. 그 십자가는 우리가 누운 곳 알려주기 위함. 그리고 하늘에는 종달새 힘차게 노래하며 날아오르건만 저 밑에 요란한 총소리 있어 그 노래 잘 들리지는 않네. 우리는 이제 운명을 달리한 자들. 며칠 전만 해도 살아서 새벽을 느꼈고 석양을 바라보았네. 사랑하기도 하고 받기도 하였건만 지금 우리는 플랜더즈 들판에 이렇게 누워 있다네. 원수들과 우리들의 싸움 포기하려는데 힘이 빠져가는 내 손으로 그대 향해 던지는 이 횃불 그대 붙잡고 높이 들게나. 우리와의 신의를 그대 저 버린다면 우리는 영영 잠들지 못하리, 비록 플랜더즈 들판에 양귀비꽃 자란다 하여도. 위 시는 제1차 세계대전 중에 쓰인 시 중에서 가장 유명한 시 중 하나로, 당.. 2012. 6. 1. 붓꽃 붓꽃 권애숙 어느 왕정시대 직간하는 선비의 못다 쓴 상소문을 위해 지금 여기 필봉을 휘두르고 있구나 반만년 호곡으로 갈아낸 먹보라 핏물 꾹꾹 찍어 창공을 적시는 분노 때도 없이 부는 황사바람 그대 붓끝을 분질러도 새는 날이면 또 다시 핏물을 쏟는 기개여 부끄럽구나 그대 앞에 서면 한 자루 붓도 가지지 못한 건달 돌아보면 하늘은 빈 두루마리 펼치고 있다 요즈음 어딜 가나 붓꽃이 많이 눈에 띕니다 직간하는 선비가 상소문을 쓰던 붓처럼 생겨서 붓꽃이 되었다는데, 요즘은 직간하는 선비가 있기나 한지...? 그래도 해마다 이 때쯤이면, 선비의 기개를 상기시키기라도 하려는지 아름답게 꽃 피웁니다 2012. 5. 22. 당신에게 당신에게 정 호 승 해질무렵 서울 가는 야간열차의 기적소리를 들으며 산그림자가 소리없이 내 무덤을 밟고 지나가면 아직도 나에게는 기다림이 남아있다 바람도 산길을 잃어버린 산새마저 날아가 돌아오지 않는 두 번 다시 잠들 수 없는 밤이 오면 아직도 나에게는 산새의 길이 남아 있다 어느날 찬바람 눈길 속으로 푸른 하늘 등에 지고 산을 올라와 국화 한 송이 내 무덤 앞에 놓고 간 흰 발자국만 꽃잎처럼 흩뿌리고 돌아선 당신은 진정 누구인가 어둠 속에서도 풀잎들은 자라고 오늘도 서울 가는 야간 열차의 흐린 불빛을 바라보며 내가 던진 마음 하나 별이 되어 사라지면 아직도 나에게는 그리움의 죄는 남아 있다 우리집 베란다에도 요즈음 몇가지 꽃들이 피고 있어서 카메라를 들이대 봅니다, 너무 잘 번식하고 잘 자라서 천대받는.. 2012. 4. 1. 동백꽃 선운사 동백꽃 김용택 여자에게 버림받고 살얼음 낀 선운사 도랑길을 맨발로 건너며 발이 아리는 시린 물에 이를 악물고 그까짓 사랑 때문에 그까짓 여자 때문에 다시는 울지 말자 다시는 울지 말자 눈물을 감추다가 동백꽃 붉게 터지는 선운사 뒤안에 가서 엉엉 울었다 2012. 3. 20. 낙화유수 낙화유수 함성호 네가 죽어도 나는 죽지 않으리라 우리의 옛 맹세를 저버리지만 그때는 진실했으니,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거지 꽃이 피는 날엔 목련꽃 담 밑에서 서성이고, 꽃이 질 땐 붉은 꽃나무 우거진 그늘로 옮겨가지 거기에서 나는 너의 애절을 통한할 뿐 나는 새로운 사랑의 가지에서 잠시 머물 뿐이니 이 잔인에 대해서 나는 아무 죄 없으니 마음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걸, 배고파서 먹었으니 어쩔 수 없었으니, 남아일언이라도 나는 말과 행동이 다르니 단지, 변치 말자던 약속에는 절절했으니 나는 새로운 욕망에 사로잡힌 거지 운명이라고 해도 잡놈이라고 해도 나는, 지금, 순간 속에 있네 그대의 장구한 약속도 벌써 나는 잊었다네 그러나 모든 꽃들이 시든다고 해도 모든 진리가 인생의 덧없음을 속삭인다 해도 나는 말하.. 2012. 3. 20. 餘白詩 餘白詩 김송배 사진들을 정리한다 빛바랜 채 닫쳐 있던 시간의 문 앞에서 간혹 먼저 떠난 이생의 인연들도 그냥 바람으로 남아 있다 인화된 애환들을 한 장씩 버린다 더욱 환한 피사체의 미소에 서린 무지개빛 노을빛 별빛들은 아직도 지울 수가 없다 찰칵찰칵 歷覽한 이 세상의 흔적들 확인하지 못한 한 치의 여백 때문일까 끝내 정리 할 수 없는 그리움 하나 사진첩을 덮는다 다시 무상의 바람이 시간을 부른다 철지난 꽃들이 무채색의 인연들을 기억하지 않는다 2010년 6월이니 벌서 2년이 다 되어갑니다 산성에 올라갔더니, 수어장대 아랫마당에서" 남한산성 문학제"가 열리고 있었지요 하... 산 꼭대기에서 문학제가 열리다니...멋진 일이라고 해야 할까? 하여튼 특이하고도 신선한 일이기는 했습니다, 그 해가 제 1회 문학제.. 2012. 2. 24. 내마음에 흰 눈이 내릴 때 내 마음에 흰 눈이 내릴 때... 홍 수 희 당신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 내 마음에 흰 눈이 내립니다 눈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등을 대고 서로의 가슴을 읽다 입술을 앙다물고 돌아서는 쓸쓸한 저녁 흰 눈이 내립니다 사람을 사랑한다는 일이 어찌 늘 기쁨은 아닌 줄은 알면서도 보란 듯이 또 보란 듯이 흰 눈만 서늘한 내 가슴에 하득하득 흩어지며 내립니다 2012. 1. 30. 인연설 인연설 - 한용운 함께 영원히 있을 수 없음을 슬퍼 말고 잠시라도 같이 있을 수 없음을 노여워말고 이만큼 좋아해 주는 것에 만족하고 나만 애태운다고 원망 말고 애처롭기까지 한 사랑 할 수 없음을 감사하고 주기만 하는 사랑이라 지치지 말고 더 많이 줄 수 없음을 아파하고 남과 함께 즐거워한다고 질투하지 말고 그의 기쁨이라 여겨 함께 기뻐할 줄 알고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 일찍 포기하지 말고 깨끗한 사랑으로 오래 간직할 수 있는 나는 당신을 그렇게 사랑하렵니다. 2012. 1. 13. 이전 1 ··· 33 34 35 36 37 38 39 ··· 4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