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詩 한 편367 나팔꽃 씨앗 하나 나팔꽃 씨앗 하나 신군자 손가락 걸지 않아도 그것은 약속이다 바람과 빛과 간절함과의 약속이다 가슴에 한 줌 흙을 모아 소망 하나 묻어 두는 거. 그늘 진 테라스에도 신의 눈빛은 달다살바람 시샘해도 봄눈처럼 녹아들어 흙가슴 진한 젖내음으로 그 소망 싹튼다는 거. 죽은 나무의 어깨도 더러는 따뜻하다"너도 누군가에 의지해야 사는구나" 꼭 잡은 삭정이 가지에 아침마다 보조개 핀다. 2011. 12. 23. 그대 오면 좋겠다 저 눈이 눈물이 되기 전에...최옥 그대오면 좋겠다 저 하얀 눈길 밟으며 그렇게 내게 오면 좋겠다 첫눈이 아니어도 폭설이든 싸락눈이든 눈이 내리면 그대 보리라 했건만 지금 저렇게 함박눈이 오는데 그대 오면 좋겠다 저 하얀 눈길위에 그대 첫발자국 찍으며 그렇게 내게 오면 좋겠다 눈이 쌓이는만큼 그리움도 쌓이는데 눈이 녹아도 오래도록 녹지 않을 그리움이 쌓이는데 그대오면 좋겠다 저 눈이 녹기전에 저 눈이 눈물이 되기전에 그대 지금 내게로 오면 좋겠다 2011. 12. 22. 추억 추억 김성호 만나리 만나리라 생각만 해도 내 가슴 한없이 벅찹니다 머나 먼 시간의 바다를 돌아와 오늘은 가물가물 등댓불 바라보며 추억 몇 장 밑그림 그리면서 별들과 풀꽃이며 섬들 이름을 외워가며 어릴 적 노래를 자꾸 불러 봅니다 심심하면 걸어보는 올림픽 공원에도 낙엽이 차곡차곡 쌓였습니다, 저렇게 많은 잎들이 나무에 피어 있었던가 싶게 많이도 떨어져 잔디를 덮고 있네요,보기에 좋지만 저대로 둘 수는 없는 노릇인지 공원 관리인들이 큰 마대에 쓸어 담느라 수고하고 있습니다 요즈음 그런 사람은 없을터이지만, 담뱃불이라도 던지면 큰일나겠다는 생각이... 2011. 12. 10. 벌레먹은 나뭇잎 벌레먹은 나뭇잎 이생진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귀족의 손처럼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것은 어쩐지 베풀 줄 모르는 손 같아서 밉다 떡갈나무 잎에 벌레구멍이 뚫려서 그 구멍으로 하늘이 보이는 것은 예쁘다 상처가 나서 예쁘다는 것이 잘못인 줄 안다 그러나 남을 먹여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요즘 지하철역에서 예쁜 시들이 액자에 넣어져서 걸려 있는 것을 자주 만난다, "벌레먹은 나뭇잎"이란 이 시도 지하철 오금역에 걸려 있다 2011. 11. 30. 문경 새재 문경새재 박 병식 백두대간 고산준령 천혜의 요새 역사 향기 가득한 문경새재 고색 물든 조령관 바람결 따라 스치는 말발굽 소리 창검 소리 신음 소리 장군들 호령 소리 청운의 꿈을 품은 영남 선비들과 고달픈 삶을 꾸린 민초들의 애환과 정취가 서린 새재 옛길 추색 짙은 풍경 속 새재 하늘을 넘는 지친 새 울음 하나 2011. 11. 11. 흙과 바람 흙과 바람 박두진 흙으로 빚어졌음 마침내 흙으로 돌아가리 바람으로 불어넣었음 마침내 바람으로 돌아가리 멀디 먼 햇살의 바람사이 햇살속 바람으로 나부끼는 흙의 티끌 홀로서 무한 영원 별이 되어 탈지라도 말하리 말할 수 있으리 다만 너 살아 생전 살의 살 뼈의 뼈로 영혼 깊히 보듬어 후회없이 후회없이 사랑했노라고 2011. 10. 23. 강물재판 강물재판 최정란 아프리카 어떤 부족은 살인사건이 있고 일 년이 지나면 범인을 강물에 들어가게 한다 슬픔의 시간을 보낸 피해자 가족은 그를 물속에서 나오지 못하게 깊이 밀어 넣을 수도 있고 그를 용서하고 물 밖으로 나오게 할 수도 있다 그를 죽게 내버려 두면 평생을 슬픔속에 살게 되고 그를 용서하면 행복이 온다 낮꿈에도 가위눌려 허우적거리며 숨을 몰아쉬는 나는 누구를 용서하지 않은 것일까 누구에게 용서를 구해야 하는 것일까 사소한 일상의 재판으로 얼마나 자주 스스로를 가두는 판결을 내렸던가 2011. 10. 11. 후회 후회 천양희 쏘아버린 화살 돌이킬 수 없네 내뱉은 말 돌이킬 수 없네 지나간 시간 돌이킬 수 없네 게으름 피운 일 돌이킬 수 없네 사랑하는 인생아, 돌이킬 수 없는 것은 돌아 올 수 없는 것 이 세상에 옛 인생은 없어요 끊어진 끈 이을 수 없듯이 쏟아진 물 담을 수 없듯이 돌이킬 수 없네 2011. 9. 30. 테입에 대한 단상 테입에 대한 단상 조윤주 살아생전 아버지의 목소리가 녹음된 망가진 테입을 휴지통에 넣으면서 제 몸이 바람임을 알았습니다 망가진 줄도 모르고 잡음을 내며 너무 멀리 와버린 인생을 보면서 아버지의 아버지, 우리 모두가 바람의 집 한 채임을 알았습니다 바람이 낳은 씨들이 이 지구를 푸르게 하는 새싹인 것을 알았습니다 2011. 9. 11. 이전 1 ··· 34 35 36 37 38 39 40 4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