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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詩 한 편367

눈물의 파가니니 장미 노자영 장미가 곱다고 꺾어보니까 꽃 포기마다 가시입니다 사랑이 좋다고 따라가보니까 그 사랑 속에는 눈물이 있어요 그러나 사람은 모든 사람은 가시의 장미를 꺾지 못해서 그 눈물 사랑을 얻지 못해서 설다고 설다고 부르는구려 간밤에 비가 내렸지요 비 개인 새벽에 나가서 눈물 머금은 장미를 보았습니다 세상의 남자들은 여인의 눈물에 약하다지요 그래 그런지, 눈물을 가득 머금은 파가니니에 홀려서 나도 눈물이 그렁 이럴 때 생각나는 말도 안되는 말 "정말 치명적이네요" 누가 언제부터 유행 시킨 말인지... 2014. 5. 26.
민들레 민들레 류시화 민들레 풀씨처럼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게 그렇게 세상의 강을 건널 수는 없을까 민들레가 나에게 가르쳐 주었네 슬프면때로 슬피 울라고 그러면 민들레 풀씨처럼 가벼워 진다고 슬픔은 왜 저만치 떨어져서 바라보면 슬프지 않은 것일까 민들레 풀씨처럼 얼마만큼의 거리를 갖고 그렇게 세상 위를 떠다닐 수는 없을까 민들레가 나에게 가르쳐 주었네 슬프면 때로 슬피 울라고 그러면 민들레 풀씨처럼 가벼워진다고 누구를 그리 기다리니, 목을 길게 빼고 한 번 흘러간 물은 다시 돌아오지 않네 그래도 좀더 가까이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 2014. 5. 8.
비 그치고 비 그치고 류시화 비 그치고 나는 당신 앞에 선 한 그루 나무이고 싶다 내 전생애를 푸르게,푸르게 흔들고 싶다 푸르름이 아주 깊어졌을 때쯤이면 이 세상 모든 새들을 불러 함께 지는 저녁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2014. 5. 3.
애기똥풀 애기똥풀 안도현 나 서른다섯이 될 때까지 애기똥풀 모르고 살았지요 해마다 어김없이 봄날 돌아올 때마다 그들은 내 얼굴 쳐다 보았을 텐데요 코딱지같은 어여쁜 꽃 다닥다닥 달고 있는 애기똥풀 얼마나 서운했을까요 애기똥풀도 모르는 것이 저기 걸어 간다고 저런 것들이 인간의 마을에서 시를 쓴다고, 2014. 4. 28.
화엄사 흑매 桐千年老恒藏曲 (동천년노항장곡) 오동나무는 천년이 지나도 곡조를 간직하고 梅一生寒不賣香 (매일생한불매향) 매화는 일생동안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月到千虧餘本質 (월도천휴여본질) 달은 천번을 이지러져도 그 본질을 잃지 않는다 柳經百別又新枝 (류경백별우신지) 버드나무는 백번을 꺾어도 새가지가 올라온다 매화만큼 선비의 사랑을 받은 꽃도 흔치 않습니다, 신흠(1566~1628)의 싯귀 梅一生寒不賣香 과도 같이 선비는 매화를 빌어 다짐을 합니다, 선비는 아무리 가난하게 살지언정 지조를 팔지 않으리라... 화엄사 각황전 앞의 흑매...진홍이 진하다 못해 검다고 해서 부쳐진 흑매, 삼백년도 넘는 세월 각황전 처마밑까지 정성으로 뻗어올려서 부처님을 향기롭게 하고, 멀리 노고단까지 매향을 바람에 얹어 봄소식 전.. 2014. 4. 23.
기다림 하나쯤 품고 사는 것도 기다림 하나쯤 품고 사는 것도 권경업 가버린 봄은 돌아와 다시 꽃 피운다지만 떠나간 그대는, 다시 오리라 생각지 않습니다 다만, 두고 떠날 때 말하진 않았어도 오죽 했을 그 마음 기꺼이 멀어져 그리움 되어준 내 삶의 소중한 한사람이여 그대와의 인연 다했다는 걸 알면서도 저 윤중로 벚꽃 봄비에 다 지도록 나는 기다립니다. 기다림 하나쯤 품고 사는 것도 지는 꽃그늘의 쓸쓸함과 세상 숱한 설움의 견딜 수 있는 힘이겠기에 2014. 4. 23.
백목련 백목련 김영교 우유빛 얼굴 볼 우물마다 고인 봄 하늘의 함성 하늘에 오르지 않고 이 지상에 남기로 한 꽃잎들 소리없이 흩어지고 있네 먼길 떠나 돌아오지 않는 사도들이 벗어놓은 신발들 그 신발들의 먼지를 보슬비가 씻어 내리고 있네. 2014. 4. 4.
향수의 고향 鄕 愁 鄭 芝 溶 넓은 벌 동쪽 끝으로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엷은 조름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파아란 하늘 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활살을 찾으려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든 곳,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傳說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의와 아무러치도 않고 여뿔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안해가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줏던 곳,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석근 별알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 2014. 3. 20.
그대 앞에 봄이 있다 그대 앞에 봄이 있다 김종해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 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2014. 3.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