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詩 한 편367 그 여름의 끝 그 여름의 끝 이성복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 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 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2014. 8. 13. 맥문동같은 여자... 꽃 하나 하나야 그리 예쁘다고 느끼지 못할지 모르지만, 이렇게 집단적으로 핀 보라색 꽃은 정말 예쁩니다, 맥문동 (麥門冬)은 겨울에도 시들지 않고 푸른 잎으로 견디어 낸 후 초여름에 연한 보라색 꽃을 피우는 백합과에 속하는 다년초입니다, 뿌리부분이 보리를 닮았다 해서 맥문(麥門)이요, 겨울을 난다고 겨울 동(冬)을 부쳐서 麥門冬이 되었답니다,땅속줄기를 봄·가을에 캐서 껍질을 벗긴 다음 햇볕에 말린 것을 맥문동이라고 하여 한방에서 강장·진해·거담제·강심제로 쓰입니다. 맥문동같은 여자 김동제 오랫동안 지나쳤던 길에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맥문동이 오늘은 눈에 들어 오는 게 도대체 뭐냔 말이지 맥문동같은 그 여자 삼베 적삼으로 겨우 살빛 감추고 고개 숙인채,키 낮춰 나무그늘에 숨어 지내는 그 여자, 단아한 풀.. 2014. 8. 11. 느티나무 그늘에 짐 내리고 충북 보은군 마로면 원정리...녹색의 카페트를 깔아놓은 듯 가지런한 논 가운데 수령 500년의 느티나무가 서 있습니다 오래된 마을 어귀에는 보통 이런 큰 느티나무 한그루가 있어 쉽터를 제공하는데, 여기는 논 가운데 서 있고 벤치까지 놓여 있네요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가을녘이면 느티나무도 단풍이 들어 아주 볼만하고, 사진가들이 멀리서 찾아오는 곳이랍니다 소멸되어가는 태풍의 마지막 몸부림이자 심술인 듯...음산한 구름이 하늘을 뒤덮더니, 마침내 굵은 빗방울을 한동안 쏟아 부었지요, 비를 맞아도 즐거운 여름날이었습니다 느티나무 그늘에 짐 내리고 서하영 한번쯤은 내려놓고도 싶었다 가끔은 나를 잊고도 싶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던 길 푸른 오솔길도 걸어보고 잠시 시냇가에 쉬어 가고도 싶었는데 무슨 이유로 힘들다 하.. 2014. 8. 5. 동행 동행 이향아 강물이여, 눈 먼 나를 데리고 어디로 좀 가자 서늘한 젊음,고즈넉한 운율 위에 날 띄우고 머리칼에 와서 우짖는 햇살 가늘고 긴 눈물과 근심의 향기 데리고 함께가자 달아나는 시간의 살침에 맞아 쇠잔한 육신의 몇 십분지 얼마, 감추어 꾸려둔 잔잔한 기운으로 피어나리 강물이여 흐르자 천지에 흩어진 내 목숨 걷어 그중 화창한 물굽이 한 곡조로 살아남으리 진실로 가자 들녘이고 바다고 눈 먼 나를 데리고 어디로 좀 가자 2014. 7. 24. 그대 안에 그대 안에 원경 그대 안에 한 세계가 있고요 내 안에 한 세계가 있어요 당신의 세계 속에는 무슨 계절이 오셨나요 꽃이 피나요 잎이 지나요 단풍 드나요 눈꽃 날리나요 천지를 열기 전인가요 천지를 다 닫은 후인가요 이 모든 것이 그대의 주재에 의함임을! 고요히 주인공이 되어 보아요 2014. 7. 23. 수밀도 수밀도 고미경 복사꽃 한창이면 내 마음은 분홍빛 나만 보면 키재기를 하자던 나보다 키가 작았던 아이 시골에서 보내온 주먹만 한 복숭아를 건네며 쑥스러운 웃음으로 작아만 지던 그 아이의 눈 솜털 가득한 하얀 껍질을 벗겨 속살 한입 베어물자 터지듯 흘러내리던 과즙 부드럽고 달콤한 맛! 두어 번 베어 물다 수줍어 던져버린 수밀도 2014. 7. 9.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 같이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 같이 서정주 섭섭하게, 그러나 아주 섭섭지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올해도 연꽃이 피었습니다, 긴 가믐에 다른 해 보다도 더 해맑은 얼굴로 맞이 하네요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에 실려오는 향기에 스르르 눈을 감고 취해 봅니다 살아오며 만나고 이별한 사람들아, 아주 영 이별은 말고 다음 생에서라도 다시 만날 이별이기를... 해마다 보러 오는 연꽃이지만 올해는 세번이나 보러왔습니다 6월 29일 아침 처음 찾아 왔을 땐 꽃몽오리가 더 많았지만 청초했고,7월 5일 오후에 보러 왔을 땐,.. 2014. 7. 9. 백련과 단 둘이서 백련과 단 둘이서 신석정 백련 꽃 이파리에 사분대던 바람도 가고 멀리 떠나가고 천지엔 온통 백련 꽃 향기로 가득 차더니 이승도 저승도 아닌 세월을 엄청난 고요가 바다처럼 밀려와 칠월 한낮 죽음보다 조용한 하늘 아래 백련과 단 둘이서 이야길 하느니 2014. 7. 2. 살면 살수록 세상은 아름다워 고통스럽네 살면 살수록 세상은 아름다워 고통스럽네. 최대남 흙속에 몸을 묻고 살기는 마찬가지, 지독하게 화려한 꽃을 피우고도 능소화는 그래도 못내 서럽네 사는 일이 그런게지 사는 일이 그런게지 살면 살수록 세상은 아름다워 고통스럽네 나만 못한 목숨 어디 있을까 잠시전 태어났던 하루살이의 죽음도 성스럽기만 하네 누구도 무엇도 사랑한다고 나 감히 말 할 수 없네 어느것 앞에서도 이 몸 낮기만 해 감히 탐욕구덩이 내 마음속에 그 무엇도 들여놓기 죄스럽네 그대 사랑하는 마음도 교만이었네 이별 슬픔 고통 있어 더욱 빛나는 세상 그속에 존재하는 미물까지도 알고보니 그들은 창조자였네 지엄한 신이 나투신 모습이었네,교만했던 가슴을 눈물이 덮네 살아있는 일이 이토록 애절한 것임을 흙속에 묻혀서도 흙묻지 않는 능소화 지독한 꽃잎을 .. 2014. 6. 26. 이전 1 ··· 18 19 20 21 22 23 24 ··· 4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