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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詩 한 편367

눈이내려 세상에 쌓이듯... 눈이 내려 세상에 쌓이듯 내 사랑이 그대 마음에 닿을 수 있다면 박정민 눈이 내려 세상에 쌓이듯 널 생각하는 나의 마음이 너의 마음에 쌓일 수 있다면 좋겠다 눈이 온 세상을 하얗게 빛나게 하듯이 내 마음으로 너의 마음을 행복할 수 있게 한다면 좋겠다 세상에 내린 눈이 오래 머무를 수 없듯이 내 마음이 너의 마음에서 사라진다 하여도 한번쯤은 너의 마음속에 나의 마음이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널 생각하고 있다는 것만 알고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것들이 영원히 너의 마음속에 있기를 바라는 건 아냐 그저 한 번쯤,딱 한 번쯤 너의 마음속에서 날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 2014. 2. 12.
세월 세월 류시화 강물이 우는 소리를 나는 들었네 저물녘 강이 바다와 만나는 곳에 홀로 앉아 있을 때 강물이 소리내어 우는 소리를 나는 들었네 그대를 만나 내 몸을 바치면서 나는 강물보다 더 크게 울었네 강물은 저를 바다에 잃어 버리는 슬픔에 울고 나는 그대를 잃어 버리는 슬픔에 울었네 강물이 바다와 만나는 곳에 먼저 가보았네 저물녘 강이 바다와 만나는 그 서러운 울음을 나는 보았네 배들도 눈물 어린 등불을 켜고 차마 갈대숲을 빠르게 떠나지 못했네 2014. 1. 28.
그루터기 그루터기 송종찬 벌목 당한 나무들의 나이테를 들여다보면 나이는 위로 먹는 게 아니다 옆으로 먹는다 먼저 길 떠난 것들 기꺼이 눈보라를 맞고 안으로 안으로 어린 생명을 키운다 주름살 깊이 비치는 저 평화의 얼굴 2014. 1. 27.
해질녘 두물머리 그리운 막차 송종찬 사랑할 때 나는 매일 막차를 탔다 차창에 기대어 전주에서 부안까지 솜처럼 연한 잠에 빠져들곤 했다 조금 조금만 하다가 막차를 놓치고 낡은 수첩을 뒤적일 때 그러나 모든 걸 포기하고 돌아서려는 순간까지 막차는 어서 오라 손짓을 했다 한여름의 폭우 속에서도 막차는 반딧불 같은 라이트를 켜고 굽이굽이 고개를 넘어갔다 돌아갈 수 없는 먼 길을 달려 막차는 집도 없는 종점에서 잠이 들었고 찬 이슬 새벽 첫차가 되어 해를 안고 내 곁을 떠나갔다 2014. 1. 24.
나목 나목 송종찬 어둡다 지상이 땅 속이다 바람 센 날 나뭇가지가 뿌리처럼 창백하다 맨 꼭대기 한 점 남은 살을 덜어 대지를 덮고 가지가 흔들릴 때마다 감았던 눈을 뜰 어린 뿌리 이대로 잠들면 얼어죽는다고 나뭇가지가 겨울바람에 꺾이며 뿌리를 흔들어 깨운다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겨울 오후 2014. 1. 13.
눈 내리는 밤 눈 내리는 밤 유안진 사랑이 나로 눈 멀게 하는 밤엔 세상은 오직 한 빛깔 면사포(面紗布) 부신 눈 빛 이 꿈결에서는 천벌(天罰)받을 일마저도 축복받아 마땅할지라 사랑이여 내 사랑 허공에 윙윙 우는 이 내 손 꽉 잡아 천지 자욱히 진혼곡(鎭魂曲)에 잠들게 하라 잠들게 하라. 2014. 1. 9.
파도를 보며... 파도를 보며 유안진 파도를 본다 도도한 목숨이 추는 어지러운 춤이여 울고 사랑하고 불타오르고 한탄하는 아아 인생은 위대한 예술 그 중에도 장엄한 서사시의 한 대목 바라건대 나는 그 어느 절정(絶頂)에서 까물치듯 죽어져라 죽어지기를... 2014. 1. 7.
그리움에 빛깔이 있다면 그리움에 빛깔이 있다면 인애란 시리도록 파란 하늘을 바라보던 이는 쪽빛 그리움이라 말할 테지 호숫가 잔물결 바라보던 이는 물빛 그리움이라 부를 테고 작은 꽃가게앞을 지나던 이는 프리지어 향긋한 내음에 마음 빼앗겨 노란 그리움이라 이름 할 테지 하지만 내 그리움은 하얗다 그리운 것들은 참으로 하얗다 그리움이란 슬픈 이름 눈물지으며 까만 밤을 새하얗게 태워버린 이는 알 수 있을 테지 2013. 12. 30.
겨울바다 겨울바다 김남조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未知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매운 海風에 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 버리고 虛無의 불 물이랑 위에 불 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영혼을 갖게 하소서 남은 날은 적지만....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忍苦의 물이 水深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2013. 12.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