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詩 한 편367 그리움 그리움 고경희 달이 그렇게 밝으면 안 되겠어 바람이 그렇게 가슴에 부딪치면 안 되겠어 비가 그렇게 밤새도록 오면 안 되겠어 해가 그렇게 눈부시면 안 되겠어 꿈속으로 오라고 두 손 맞잡고도 잠 못 드는 새벽 풀벌레 그렇게 울면 안 되겠어 아아 이제 더는 안 되겠어 아아, 풍접초가 이렇게 곱게 피면 안 되겠어 하늘이 저렇게 푸르러도 안 되겠어 흰구름이 저렇게 풍성한건 더욱 안되겠어 ㅎㅎㅎ.... 시인을 따라 해 봅니다 누군가와 같이 보고 싶다면, 그 것은 사랑이라 해도 될까요? 하늘이 파랗고 흰구름이 흘러가는 올림픽공원에서 성큼 다가온 초가을을 느껴 봅니다 2013. 9. 6. 구월이 오면 구월이 오면 안도현 그대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 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때 강둑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손수레가 저무는 인간의 마음을 향해 가는 것을 그대 구월의 강가에서 생각하는지요 강물이 저희끼리만 속삭이며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젖은 손이 닿는 곳마다 골고루 숨결을 나누어 주는 것을.. 그리하여 들꽃들이 피어나 가을이 아름다워지고 우리사랑도 강물처럼 익어 가는 것을 그대 사랑이란 어찌 우리 둘만의 사랑이겠는지요 그대가 바라보는 강물이 구월 들판을 금빛으로 만들고 가듯이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사람과 더불어 몸을 부비며 .. 2013. 9. 3. 흰 부추꽃으로 흰 부추꽃으로 박남준 몸이 서툴다 사는 일이 늘 그렇다 나무를 하다보면 자주 손등이나 다리 어디 찢기고 긁혀 돌아오는 길이 절뚝 거린다 하루해가 저문다 비로소 어둠이 고요한 것들을 빛나게 한다 별빛이 차다 불을 지펴야겠군 이것들 한때 숲을 이루며 저마다 깊어졌던 것들 아궁이 속에서 어떤 것 더 활활 타오르며 거품을 무는 것이 있다 몇 번이나 도끼질이 빗나가던 옹이 박힌 나무다 그건 상처다 상처받은 나무 이승의 여기저기에 등뼈를 꺽인 그리하여 일그러진 것들도 한 번은 무섭게 타오를 수 있는가 언제쯤이나 사는 일이 서툴지 않을까 내 삶의 무거운 옹이들도 불길을 타고 먼지처럼 날았으면 좋겠어 타오르는 것들은 허공에 올라 재를 남긴다 흰 재, 저 흰 재 부추밭에 뿌려야지 흰 부추꽃이 피어나면 목숨이 환해질까 흰.. 2013. 8. 29. 취나물국 취나물국 박남준 늦은 취나물 한 웅큼 뜯어다 된장국 끓였다. 아흐 소태. 내뱉으려다 이런. 너 세상의 쓴맛 아직 당당 멀었구나. 입에 넣고 다시금 새겨 빈 배에 넣으니 어금니 깊이 배어나는 아련한 곰취의 향기 아, 나 살아오며 두 번 열 번 들여다보지 못하고 얼마나 잘못 저질렀을까. 두렵다 삶이 다하는 날,그때는 또 무엇으로 아프게 날 치려나. 2013. 8. 19. 선운사 상사화 선운사 상사화 정호승 선운사 동백꽃은 너무 바빠 보러가지 못하고 선운사 상사화는 보러 갔더니 사랑했던 그 여자가 앞질러가네 그 여자 한 번씩 뒤돌아볼 때마다 상사화가 따라가다 발걸음을 멈추고 나도 얼른 돌아서서 나를 숨겼네 아, 어느새 상사화가 피다니요, 상사화가 피고지면 가을이 오고, 가을이 오면 해가 저물날도 가까워 오는데... 세월아, 좀 천천히 가 줄 수는 없겠니? 길을 가다가 어느 한옥집 마당 앞에 핀 상사화 한 무더기를 보고 발길을 멈춥니다 마당이래야 담도 없이 행길과 붙어 있는데, 鼎徘食堂 이라고 간판까지 걸려있습니다, 밥도 사먹지 않고 허락도 없이 상사화를 훔쳐 본 죄를 착한 주인님이 용서해 주시겠지요? 2013. 8. 10. 메꽃 애기메꽃 홍성란 한때 세상은 날 위해 도는 줄 알았지 날 위해 돌돌 감아 오르는 줄 알았지 들길에 쪼그려 앉은 분홍치마 계집애 2013. 8. 5. 그런 사람이 있어요 그런 사람이 있어요 김윤진 그런 사람이 있어요 그저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한 그래서 오랫동안 만나지 않아도 따뜻한 느낌으로 남아 있는 사람 말하지 않아도 언젠가 귓전에서 속삭임으로 기억하려 하지 않아도 늘 생각나는 사람 꿈속의 재회가 있기에 그리워도 그립지 않은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 그 하나가 쉬임없이 기쁨 가득하고 소식 듣는 것으로 숨쉬기 편한,하루하루 만남이 없으니 이별도 없어 가슴 저린 아픔을 삭히지 않아도 되는 그 사람의 이름 석 자가 일기장 가득 추억이 되어 세월이 흘러도 잊혀지지않는 그런 사람이 있어요 2013. 7. 31. 봉원사 연꽃 그대, 꽃처럼 원경 저 혼의 크기 만큼만 피어서 그 빛깔과 향기는 땅이 되고 하늘이 되나니 나도 저처럼 내 혼 만큼만 피어나서 땅이 되고 하늘이 되리, 피어나는 때를 아는 꽃처럼 지는 때를 아는 꽃처럼 이르지도 늦지도 않은 채 영겁을 노래하는 꽃처럼 살으리, 나도 저처럼 내 혼 만큼만 피어나서 땅이 되고 하늘이 되리, 봉원사 앞마당에 핀 연꽃은 보통의 연꽃과는 어딘지 다릅니다 연의 종류가 다른지 모르겠으나, 약간 작은 꽃의 크기나 결코 진하지 않고 은은한 분홍 색깔이 오묘하기만 합니다, 어렸을 적에 처음으로 보았던 초파일 날 얇은 종이 연등이 바로 이 꽃모양인 듯 합니다 2013. 7. 26. 당신을 그렇게 사랑합니다 당신을 그렇게 사랑합니다 한용운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사랑한다는 말을 안합니다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 사랑의 진실입니다 잊어버려야 하겠다는 말은 잊을 수가 없다는 말입니다 정말 잊고 싶을 때는 말이 없습니다 헤어질 때 돌아보지 않는 것은 너무 헤어지기 싫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같이 있다는 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웃는 것은 그만큼 행복하다는 말입니다 떠날 때 울면 잊지 못하는 증거요 뛰다가 가로등에 기대어 울면 오로지 당신만을 사랑한다는 증거입니다 잠시라도 같이 있음을 기뻐하고 애처롭기까지 만한 사랑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주기만 하는 사랑이라 지치지 말고 더많이 줄 수 없음을 아파하고 남과 함게 즐거워한다고 질투하지 않고 그의 기쁨이라 여겨 함께 기뻐할 줄 알고 .. 2013. 7. 24. 이전 1 ··· 24 25 26 27 28 29 30 ··· 4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