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진과 詩 한 편367

목련 목련 전기철 세밑이었어요,杜甫는 今夕行,집으로 가는 길은 멀게만 느껴졌어요.종묘 앞을 지나가고 있었어요 "자고 가요!" 할머니였어요.어둠이 휩쓸어가고 있는 거리는 몽상으로 얼룩져 갔어요. "자고 가요!" 나는 뒤돌아 보지 말라는 신의 말씀 때문에 종종걸음을 치며 안절부절 못했어요. 불량배들의 놀이터인 도시 서울에서는 길을 잃어야 제대로 산다고 했던가요.今夕行! 세상의 표지는 너무 우울했어요.불행한 사람이 세상을 구한다고 했던가요."자고 가요!" 신의 말씀을 어기고 뒤돌아보니 저 멀리 목련의 눈이 흔들리고 있었어요.라 캄파넬라! 당나라의 詩聖 두보가 어느 객사에서 친구들과 즐겁고 호방하게 놀면서 모든 것을 잊는다는 "금석행"을 읊은 세밑, 시인의 발걸음은 무겁다 많은 사람들이 흥청거리며 분주히 종종거리며 .. 2013. 4. 10.
봄길 봄 길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 소리를 들으며 버드나무 한 그루가 봄 길가에 서 있다 내 어린 시절, 동네 공동 우물가에 서 있던... 가지가 몹씨도 꼬불꼬불한 포프라 나무다 그 흔했던 나무가 요즘은 어찌된 영문인지 보기 힘들어졌고, 이 나무 뿐만이 아니라 키 큰 미루나무도 보기 어려워졌다 봄 향기 따라 나선 길에서 마주친 꼬불꼬불 포프라나무 한그루...어찌 이리 정겨운가! 때마친 기우는 저녁 .. 2013. 4. 6.
세상의 모든 길 세상의 모든 길 이승하 걸어간 사람들이 길을 만드는 법 길은 가고자 하는 마음이 만드는 법 세상의 모든 길은 내앞의 사람들이 만들었다 혜초에 앞서 현장이 걸었고 현장에 앞서 부처가 걸었던 길 어디든 길 나서서 보라 내 앞에 걸어간 사람들의 수 너무 많아서 헤아릴 수 없을 테니 2013. 4. 1.
사월이 오면은 사월이 오면은 노천명 사월이 오면 사월이 오며는 향기로운 라일락이 우거지리 회색 빛 우울을 걷어 버리고 가지 않으려나 나의 사람아 저 라일락 아래로 라일락 아래로 푸른 물 다담뿍 안고 사월이 오면 가냘픈 맥박에도 피가 더하리니 나의 사랑아 눈물을 걷자 청춘의 노래를 사월의 절열을 드높이 기운차게 불러보지 않으려나 앙상한 얼굴의 구름을 벗기고 사월의 태양을 맞기 위해 다시 거문고의 줄을 골라 내 노래에 맞추지 않으려나 나의 사람아 2013. 4. 1.
제비꽃 편지 제비꽃 편지 안 도 현 제비꽃이 하도 예쁘게 피었기에 화분에 담아 한번 키워보려고 했지요 뿌리가 아프지 않게 조심조심 삽으로 떠다가 물도 듬뿍 주고 창틀에 놓았지요 그 가는 허리로 버티기 힘들었을까요 세상이 무거워서요 한 시간이 못 되어 시드는 것이었지요 나는 금세 실망하고 말았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그럴 것도 없었어요 시들 때는 시들 줄 알아야 꽃인 것이지요 그래서 좋다 시들어라, 하고 그대로 두었지요 2013. 3. 29.
봄날은 간다 봄날은 간다 김종철 꽃이 지고 있습니다 한 스므 해쯤 꽃 진 자리에 그냥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일 마음 같진 않지만 깨달음 없이 산다는 게 얼마나 축복받은 일인가 알게 되었습니다 한순간 깨침에 꽃 피었다 가진 것 다 잃어버린 저기 저,발가숭이 봄! 쯧쯧 혀끝에서 먼저 낙화합니다 시인은 깨달음 없이 산다는 것이 축복이라고 한다, 웬 뜬금없는 말씀? 깨달음을 얻는다는게 삶의 목표라며 많은 사람들이 고행도 마다하지 않는데...시인은 꽃이 핀 자리에 또 꽃이 진 자리에서 매 순간 무엇이 깨치고 얻으려고 발버둥치는 삶의 그늘을 꿰뚫어 보고 있는 것이다 삶이란 일희일비 할 일도 아니고 깨침의 꽃이 피었다고 혀끝에서 말하는 순간 오히려 발가숭이가 되어 떨어지고 마는 것이라고,어쩌면 그냥 놔두는 것이 ,한 스무해쯤 .. 2013. 3. 21.
삼월의 바람속에 삼월의 바람 속에 / 이해인 어디선지 몰래 숨어들어 온 근심, 걱정 때문에 겨우내 몸살이 심했습니다 흰 눈이 채 녹지 않은 내 마음의 산기슭에도 꽃 한 송이 피워 내려고 바람은 이토록 오래 부는 것입니까 삼월의 바람 속에 보이지 않게 꽃을 피우는 당신이 계시기에 아직은 시린 햇볕으로 희망을 짜는 나의 오늘 당신을 만나는 길엔 늘상 바람이 많이 불었습니다 살아 있기에 바람이 좋고 바람이 좋아 살아 있는 세상 혼자서 길을 가다 보면 보이지 않게 나를 흔드는 당신이 계시기에 나는 먼데서도 잠들 수 없는 삼월의 바람 어둠의 벼랑 끝에서도 노래로 일어서는 삼월의 바람입니다 2013. 3. 13.
누가 나를 위해 2013. 3. 10.
그대 앞에 봄이 있다 그대 앞에 봄이 있다 김종해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 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2013. 3.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