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詩 한 편367 패랭이꽃 패랭이꽃 - 류시화 살아갈 날들보다 살아온 날이 더 힘들어 어떤 때는 자꾸만 패랭이꽃을 쳐다본다 한때는 많은 결심을 했었다 타인에 대해 또 나 자신에 대해 나를 힘들게 한 것은 바로 그런 결심들이었다 이상하지 않으가 삶이란 것은 자꾸만 눈에 밟히는 패랭이꽃 누군가에게 무엇으로 남길 바라지만 한편으론 잊혀지지 않는 게 두려워 자꾸만 쳐다보게 되는 패랭이꽃 2016. 7. 19. 양지꽃 양지꽃 임명자 겨우내 바람만 건너다닌 강변에 양지꽃은 피어서 땅 속 깊이 묻혀 있던 햇빛도 불러내고 햇빛에 숨어 있던 그리움까지 샛노란 현기증으로 피워내는 꽃 뿌리는 더 깊이 뻗어 내려서 내 봄 구석구석 뻗어 내려서 발끝까지 그리움으로 저려오는 꽃 2016. 7. 5. 여보게 부처를 찾는가 여보게 부처를 찾는가 법정 여보게 친구 산에 오르면 절이있고 절에가면 부처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 절에가면 인간이 만든 불상만 자네를 내려다 보고있지 않던가? 부처는 절에 없다네 부처는 세상에 내려가야만 천지에 널려있다네. 내주위 가난한 이웃이 부쳐요 병들어 누워있는 자가 부처라네 그많은 부처를 보지 못하고 어찌 사람들이 만든 불상에만 허리가 아프도록 절만 하는가 ? 천당과 지옥은 죽어서 가는곳 이라고 생각하는가? 천당은 살아있는 지금이 천당이고 지옥이라네. 내가 살면서 즐겁고 행복하면 여기가 천당이고 살면서 힘들고 고통스럽다 생각하면 지옥이라네. 자네 마음이 부처이고 자네가 관세음 보살이라네 여보게 친구 ! 죽어서 천당 가려고 하지말고 사는동안 천당에서 같이 살지 않으려나 자네가 부처라는 걸 잊지마시게.. 2016. 7. 5. 古寺 고사 조지훈 목어를 두드리다 졸음에 겨워 고오운 상좌 아이도 잠이 들었다. 부처님은 말이 없이 웃으시는데 서역 만리 길 눈부신 노을 아래 모란이 진다. 청동상인지 석상인지? 그리고 저 조각상의 실제 주인공이 누구신지? 혹시 이 절에서 수행하셨다는 만공스님이신지 알 수 없지만, 실눈을 뜨고 하늘을 우러르는 저 해맑은 표정이 나는 너무도 좋다 평화로우면서도 유유자적한 저 얼굴만 보아도 예사스님이 아니라는 걸 금방 알겠다 모란이 피고 지는 유월 초여름, 고즈넉한 산사에 저녁노을이 지고 있다. 평화로운 산사의 모습이 한 폭의 동양화처럼 연상되는 시이다 “부처님은 말이 없이 웃으시는데”...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설법하고 나서 우담발화꽃을 들어 대중에게 보이자 마하가섭만이 염화시중 이심전심 말없이 웃음으로써 부처님.. 2016. 6. 13. 제비꽃 편지 제비꽃 편지 안도현 제비꽃이 하도 예쁘게 피었기에 화분에 담아 한번 키워보려고 했지요 뿌리가 아프지 않게 조심조심 삽으로 떠다가 물도 듬뿍 주고 창틀에 놓았지요 그 가는 허리로 버티기 힘들었을까요 세상이 무거워서요 한 시간이 못 되어 시드는 것이었지요 나는 금세 실망하고 말았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그럴 것도 없었어요 시들 때는 시들 줄 알아야 꽃인 것이지요 그래서 좋다 시들어라, 하고 그대로 두었지요 사진 : 제비꽃 2016.4.26. 물향기수목원에서 2016. 6. 7. 매발톱 매발톱꽃 김승기 무얼 잡으려고 허공을 움켜쥔 채 내려놓을 줄 모르느냐 그렇게 손톱 발톱 치켜세운다고 잡혀지는 허공이더냐 누구보다도 이쁜 미모와 찰진 꿀 지녔으면서도 무엇이 모자라서 베풀 줄 모르느냐 毒을 藥으로 어우르며 살아야 행복한 삶이거늘 발톱 속에 감춘 꿀 벌 나비에게마저도 내어주기 싫었더냐 움켜쥘수록 물살같이 빠져나가는 바람을 보면서도 그래야 된다는 운명이라더냐 가진 것 없어도 함께 베풀며 사는 생명이 많아야 아름다운 세상 되듯이 조금만 마음을 열어다오 네가 이 땅에 뿌리 내린 기쁨이 있듯이 너도 너대로 해야 할 몫이 있어 부러울 것 없는 몸으로 꽃 피우지 않았느냐 2016. 5. 25. 꽃멀미 꽃멀미 이해인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나면 말에 취해서 멀미가 나고 꽃들을 너무 많이 대하면 향기에 취해서 멀미가 나지 살아 있는 것은 아픈 것 아름다운 것은 어지러운 것 너무 많아도 싫지않은 꽃을 보면서 나는 더욱 사람들을 사랑하기 시작하지 사람들에게도 꽃처럼 향기가 있다는 것을 배우기 시작하지 2016. 5. 6. 금낭화 3월에 이해인 단발머리 소녀가 웃으며 건네준 한 장의 꽃봉투 새봄의 봉투를 열면 그 애의 눈빛처럼 가슴으로 쏟아져오는 소망의 씨앗들 가을에 만날 한 송이 꽃과의 약속을 위해 따뜻한 두 손으로 흙을 만지는 3월 나는 누군가를 흔드는 새벽바람이고 싶다 시들지 않는 언어를 그의 가슴에 꽂는 연두색 바람이고 싶다- 2016. 5. 1. 봄날은 간다 봄날은 간다 나선주 사월 빗속으로 꽃 바람 타고 봄날은 간다 사랑했던 날 그리워해야 하는 시절 지는 꽃에 사위어 가는 행복했던 순간이 잔디 위에 널브러져 있다 사랑이 고개 내밀고 성숙하기도 전 무성한 이파리 가지에 달고 바람에 손 흔들며 봄날은 간다 꽃이 지면 열매를 맺겠지만 떠나 보내야 하는 우리 사랑은 어이하랴 꽃길에 희망 가득 안고 달려온 삶의 길 그 언덕엔 이별의 길도 있었다 2016. 4. 27. 이전 1 ··· 10 11 12 13 14 15 16 ··· 4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