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詩 한 편367 자작나무 자작나무 류시화 아무도 내가 말하는 것을 알 수가 없고 아무도 내가 말하지 않는 것을 말할 수 없다 사랑은 침묵이다 자작나무를 바라보면 이미 내 어린시절은 끝나고 없다 이제 내 귀에 시의 마지막 연이 드린다 내 말은 나에게 되돌아 울려오지 않고 내 혀는 구제받지 못했다 (사진 강원도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 2015.10.22.) 2015. 10. 27. 해바라기 연가 해바라기 연가 이해인 내생애에 한 번 뿐이듯 나의 사랑도 하나입니다 나의 임금이여! 폭포처럼 쏟아져 오는 그리움에 목메어 죽을 것만 같은 열병을 앓습니다 당신 아닌 누구도 치유할 수 없는 내 불치의 병은 사랑 이 가슴 안에서 올올이 뽑은 고운 실로 당신의 비단옷을 짜겠습니다 빛나는 얼굴 눈부시어 고개 숙이면 속으로 타서 익는 까만 꽃씨 당신께 바치는 나의 언어들 이미 하나인 우리가 더욱 하나가 될 날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나의 임금이시여! 드릴것은 상처뿐이어도 어둠에 숨기지 않고 섬겨 살기 원이 옵니다 사진 해바라기 2015.9.26. 하늘공원 2015. 10. 2. 바람속을 걷는법 바람 속을 걷는 법· 이정하 바람 불지 않으면 세상살이가 아니다. 그래, 산다는 것은 바람이 잠자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그 부는 바람에 몸을 맡기는 것이다. 바람이 약해지는 것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그 바람 속을 헤쳐나가는 것이다.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볼 것, 바람이 드셀수록 왜 연은 높이 나는지. 뭐 이런 사진이 있냐고 하겠지만요 새까만 nd1000 휠타를 끼고 25초동안 저속셔터타임으로 찍어 보았습니다 효과야 별로지만, 그래도 코스모스를 흔드는 바람이 조금은 내려 앉아 있군요 2015. 10. 2. 바람의 말 바람의 말 마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의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피곤해져도 잊지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사진 : 올림픽 공원의 구월 2015.9.20.) 2015. 9. 30. 하나병원 장례식장 뒤편소각장 하나병원 장례식장 뒤편 소각장..............함기석 불타고 있다 누군가 쓴 일기장 누군가 신던 기린양말 누군가 선물받은 아름다운 목도리 눈 속에서 불타고 있다 누군가 발이 되어준 지팡이 누군가 불면속에서 쓰다듬던 장난감 펭귄 누군가 비운 빨간 약병 첫눈 속에서 모두 불타고 있다 누군가 잃어버린 벙어리장갑 누군가 아기를 안고 칸나처럼 웃던 창문 누군가 잃어버린 청춘 열쇠 없는 일요일 아침,자물쇠 닮은 갑작스런 죽음 누군가 머물다 떠난 빈 벤치 누군가 죽은 숲 누군가 울면서 걸어간 눈길 모두 젖은 물고기처럼 불타고 있다 (사진: 들꽃마루 2015.9.3. 올림픽 공원) 2015. 9. 21. 풍접초 피는 언덕 쉰 윤재림 하루는 꽃그늘 아래서 함께 울었지 하루는 그늘도 없는 벚나무 밑에서 혼자 울었지 며칠 울다 고개를 드니 내 나이 쉰이네 어디 계신가.......당신도 반백일 테지? 너무나도 호사스러운 풍접초 피는 언덕에서 삼일을 서성거렸습니다 해마다 이 즈음에 이 언덕에 피는 풍접초를 수년 째 찍었지만, 늘 좀처럼 마음에 드는 사진이 되지않습니다 시인은 벚나무 아래서 울다 고개를 드니 나이가 쉰이라네요 제게 쉰은 아득하게 지나간 나이입니다,예순도 멀리 달아나 버리고... 청춘은 옛일이 되었고,꿈도 사라졌지만 사랑의 추억만은 남아 있습니다 그녀도 이제는 반백일 테지요? 2015. 9. 21. 미쳤다고 부쳐주나 미쳤다고 부쳐주나 이종문 그 옛날 내 친구를 미치도록 짝사랑한 나의 짝사랑이 배 두상자를 보내왔네 그 속에 사연 한 장도 같이 넣어 보내왔네 화들짝 뜯어보니 이것 참 기가 차네 종문아 미안치만 내 보냈단 말은 말고 알 굵은 배 한 상자는 친구에게 부쳐줄래 (하략) 파란 하늘에 둥둥 흘러가는 흰구름이 너무 좋아서 거실 창을 열고 사진 몇 장을 찍어 보았습니다 우리 어렸을 적에는 늘 이런 하늘이었었지만, 지금은 가끔 보이는 가을 하늘입니다 전망 좋은 아파트를 사람들이 왜 좋아하는지 알 것 같아요 오랜 세월이 흘러갔지만, 내 친구를 짝사랑했던 나의 짝사랑의 마음은 변치않았군요 ㅎㅎ 배 두상자를 부쳐왔는데 알 굵은 한 상자는 짝사랑했던 친구에게 부쳐 달라니....이것 참! 미쳤다고 부쳐주나...ㅎㅎ 재미있는 시.. 2015. 9. 10. 상사화 상사화 이해인 아직 한 번도 당신을 직접 뵙진 못했군요 기다림이 얼마나 가슴아픈 일인가를 기다려보지 못한 이들은 잘 모릅니다 좋아하면서도 만나지 못하고 서로 어긋나는 안타까움을 어긋나보지 않은 이들은 잘 모릅니다 날마다 기다림으로 길어진 꽃술 내 분홍빛 애틋한 사랑은 언제까지 홀로여야 할까요? 오랜세월 침묵 속에서 나는 당신에게 말하는법을 배웠고 어둠속에서 위로 없이도 신뢰하는 법을 익혀왔습니다 죽어서라도 꼭 당신을 만나야지요 사랑은 죽음보다 강함을 오늘은 어제보다 더욱 믿으니까요 2015. 8. 27. 노랑붓꽃 노랑붓꽃 나종영 나는 상처를 사랑했네 작은 풀이파리만한 사랑 하나 받고 싶었을까 나는 상처가 되고 싶었네 노란 꽃잎을 어루만지는 손길에 병든 몸이 뜨거워지고 나는 사랑이 곧 상처임을 알았네 지난봄 한 철 햇살아래 기다림에 몸부림치는 네모습이 진정 내모습임을 노란붓꽃 피어 있는 물가에 서서 내 몸이 가늘게 떨리는 것을 나는 사랑했으므로 이 세상 모든 것이 내 안에 있음을 나는 상처를 사랑하면서 알았네 2015. 8. 17. 이전 1 ··· 13 14 15 16 17 18 19 ··· 4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