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못 정재호 철없이 벽에도,남의 가슴에도 숱한 못을 박아 놓았다 보모님,형제,친구,제자,아내,자식들 가슴에 알게 모르게 박아 놓은 못 죽기 전에 내 손으로 그것을 뽑아 버려야 할텐데 부모님은 이미 먼 길 떠나셨고 아내는 병이 들었고 형제는 절반이 이승을 떠났고 자식들은 다 커 버렸다 지금도 그대들 가슴속 어딘가 박혀 있을 못을 무엇으로 뽑아내나 뉘우침이 못이 되어 내 가슴 깊이 박힌다 하루하루 남 때문에 상처받고,남에게 상처주며 살아가는 세상살이,벽에 박아 놓은 못이야 용도가 끝나면 뽑아버릴 수 있지만, 나로 인해 누군가의 가슴에 박힌 굵은 못은 내 뜻대로 할 수가 없다, 때를 놓치면 아무리 후회하고 반성해도 이미 늦는다는 것이 시인의 성찰이다
2012. 11. 29.
석류
석류 정지용 장미꽃 처럼 곱게 피어가는 화로에 숯불, 입춘 때 밤은 마른 풀 사르는 냄새가 난다. 한겨울 지난 석류 열매를 쪼개어홍보석 같은 알을 한 알 두 알 맛보노니, 투명한 옛 생각, 새론 시름의 무지개여, 금붕어 처럼 어린 여릿여릿한 느낌이여. 이 열매는 지난해 시월 상달, 우리 둘의 조그만한 이야기가 비롯될 때 익은 것이어니. 작은 아씨야, 가녀린 동무야, 남몰래 깃들인 네 가슴에 졸음 조는 옥토끼가 한 쌍. 옛 못 속에 헤엄치는 흰 고기의 손가락, 손가락, 외롭게 가볍게 스스로 떠는 은(銀)실, 은(銀)실, 아아 석류알을 알알이 비추어 보며 신라 천 년의 푸른 하늘을 꿈꾸노니. 아파트 현관앞에 오래된 석류나무 한그루가 있다 집에 드나들 때마다 보는 석류꽃이 그리 예쁘더니,올해는 유난히 석류가 ..
2012. 11.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