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詩 한 편367 人生 / 서산대사 해탈시 인생 서산대사 해탈시 生也一片浮雲起(생야일편부운기) 삶이란 한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요 死也一片浮雲滅 (사야일편부운멸) 죽음이란 한조각 구름이 스러짐이다 浮雲自體本無實 (부운자체본무실)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生死去來亦如然(생사거래역여연) 죽고 살고 오고감이 모두 그와 같도다 2013. 3. 4. 흑백사진을 찍었다 흑백사진을 찍었다 박남준 자꾸 뒤돌아보는 사람이 있다 그가 강을 건너온 것은 옛날이었다 옛날은 다시 돌이킬 수 없으므로 스스로 늙어 자폐 되었다 언제였던가 꿈결처럼 다가왔던 저편의 강가 그때 비로소 강가에 이르렀을 때 꽃과 나무와 새들의 시간이 과녁처럼 가슴을 뚫고 멀어져 갔으며 낡고 바래어 희미해졌던 전생의 아수라 같은 삶들이 너무나 완강한 흑백으로 뚜렷해지던 누가 등뒤에서 부른다 강에 이르는 길이 저기쯤일 거다 2013. 2. 26. 무서운 추억 무서운 추억 박남준 노란 복수초를 보았다 눈 속에서도 피어나는.처절하다는 생각이 순간 떠오르는 것이지 복이 들어 온다는데 그토록 눈부신 빛이 처절했다니 이면, 그래 눈부신 것 속에는 눈물겨움이 있지 그건 팽팽한 긴장이야 마른 풀잎들 사이 몸을 사린 채 어린 쑥들이 비쭉거렸다 쑥국 생각 한동안 그 쑥들 한 움큼 뿌리를 자르다가 이렇게 봄날을 먼저 기웃거리는 것을 이 여린 것을 먹고 살겠다니 잔인하단 생각 삶이 이다지 무서운 일이지 나물국 한 그릇도 마음에 걸리다니 세상이 너무 아득해진다 어찌 건널까 어서 길이 끝났으면 천길 벼랑 끝에 내몰렸다거나 막다른 건너갈 수 없는 절벽 앞에 이르렀으면 목을 빼고 주저 앉는다거나 새처럼 수직 하강으로 아니라면 돌아가서 처음으로 되돌아가서 아 지금 꿈이 아닌데 무섭다 왜.. 2013. 2. 26. 갈랫길에 서서 갈랫길에 서서 안정권 사람들은 저마다 제 길을 하나씩 갖고 산다 아침에 그 길로 나갔다가 대개는 다시 그 길로 돌아온다 신을 분실했나 보다 몇몇 사람은 진흙길에 빠지고 또 몇몇은 지하도를 헤맨다 참 대단하지 않은가 집 밖으로 나가 제 길 위에 서는 일 무사히 귀가하여 저녁 산보에 드는 일 유등천변 갈랫길에 어둠이 내리고 물속에 너울대는 가로등 불빛이 참 곱다 2013. 2. 20. 너에게 너에게 최승자 네가 왔으면 좋겠다 나는 치명적이다 네게 더 이상 팔 게 없다 내 목숨밖에는 목숨밖에 팔 게 없는 세상, 황량한 쇼윈도 같은 창 너머로 비 오고,바람 불고,눈 내리고, 나는 치명적이다 네게,또 세상에게, 더 이상 팔 게 없다. 내 영혼의 집 쇼윈도는 텅텅 비어 있다. 텅텅 비어, 박제된 내 모가지 하나만 죽은 왕의 초상처럼 걸려있다 네가 왔으면 좋겠다. 나는 치명적이라고 한다. 2013. 2. 14. 아름다운 관계 아름다운 관계 박남준 바위 위에 소나무가 저렇게 싱싱하다니 사람들은 모르지 처음엔 이끼들도 살 수 없었어 아무것도 키울 수 없던 불모의 바위였지 작은 풀씨들이 날아와 싹을 틔웠지만 이내 말라버리고 말았어 돌도 늙어야 품안이 너른 법 오랜날이 흘러서야 알게 되었지 그래 아름다운 일이란 때로 늙어갈 수 있기 때문이야 흐르고 흘렀던가 바람에 솔씨 하나 날아와 안겼지 이끼들과 마른풀들의 틈으로 그 작은 것이 뿌리를 내리다니 비가 오면 바위는 조금이라도 더 빗물을 받으려 굳은 몸을 안타깝게 이리저리 틀었지 사랑이었지 가득 찬 마음으로 일어나는 사랑 그리하여 소나무는 자라나 푸른 그늘을 드리우고 바람을 타고 굽이치는 강물 소리 흐르게 하고 새들을 불러모아 노래소리 들려주고 산다는 일이 그런 것이라면 삶의 어느 굽이.. 2013. 2. 12. 어머니와 설날 어머니와 설날 김종해 우리의 설날은 어머니가 빚어주셨다 밤새도록 자지않고 눈오는 소리를 흰 떡으로 빚으시는 어머니 곁에서 나는 애기까치가 되어 날아올랐다 빨간 화롯불 가에서 내 꿈은 달아오르고 밖에는 그 해의 가장 아름다운 눈이 내렸다 매화꽃이 눈 속에서 날리는 어머니의 나라 어머니가 이고 오시 하늘 한 자락에 누이는 동백꽃 수를 놓았다 섣달 그믐날 어머니의 도마 위에 산은 내려와서 산나물로 엎드리고 바다는 올라와서 비늘을 털었다 어머니가 밤새 빚어놓은 새해 아침 하늘 위에 내가 날린 방패연이 날아오르고 어머니는 햇살로 내 연실을 끌어올려 주셨다 2013. 2. 10. 겨울바다 겨울바다 김남조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未知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매운 海風에 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 버리고 虛無의 불 물이랑 위에 불 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영혼을 갖게 하소서 남은 날은 적지만....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忍苦의 물이 水深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쉴 새 없이 밀려와 부서지는 주문진 겨울 바다의 파도를 바라보며... 김남조 님의 이 시를 떠 올리는 것이야 자연 스러운 일, 우울하고 고독한 겨울바다에서 희망의 상징인 미지의 새를 보셨는지요? 아,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 2013. 2. 6. 서해 겨울 낙조 서해 겨울 낙조 박남준 노을로 물드는 지는 해를 보러 갔던 것은 아닙니다.겨울 바다에 나갔습니다.지난 여름 이 백사장에 밀려왔던 수많은 사람들의 발자욱들, 밤바다를 거닐던 젊은 연인들의 밀어들. 파도는 기억하고 있는지.저 일렁이는 물결의 바위에 말없이 올라 지는 해를 바라보는 사람들 무슨 소망이라도 실어 보내는지.어디까지 밀려갈 것인가 보이지 않는다.일몰로 수장되는 붉은 해. 이홉들이 소주 한병으로도 겨울 바다는 눈물난다.파도로 부서져 우는 밀물의 겨울 저녁이여,낙조로 지는 쓸쓸한 서해여. 2013. 1. 31. 이전 1 ··· 28 29 30 31 32 33 34 ··· 4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