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詩 한 편367 구절초 구절초 김용택 하루해가 다 저문 저녁강가로 산그늘을 따라서 걷다보면은 해 저무는 물가에는 바람이 일고 물결들이 밀려오는 강기슭에는 구절초꽃 새하얀 구절초꽃이 물결보다 잔잔하게 피었습니다 구절초 피면은 가을 오고요 구절초꽃 지면은 가을가는데 하루해가 다 저문 저녁강가에 산너머 그너머 검은 산 넘어 서늘한 저녁달만 떠오릅니다 구절초꽃 새하얀 구절초꽃에 달빛만 하얗게 모여듭니다 소쩍새만 서럽게 울어댑니다 2012. 10. 12. 구절초의 북쪽 구절초의 북쪽 안도현 흔들리는 몇송이 구절초 옆에 쪼그리고 앉아본 적이 있는가? 흔들리기는 싫어, 싫어 하다가 아주 한없이 가늘어진 위쪽부터 떨리는 것 본 적 있는가? 그러다가 꽃송이가 좌우로 흔들릴 때 그 사이에 생기는 쪽방에 가을햇빛이 잠간씩 세들어 살다가 떠나는 것 보았는가? 구절초,안고 살아가기엔 너무 무거워 가까스로 땅에 내려놓은 그늘이 하나같이 목을 길게 빼고,하나같이 북쪽으로 섧도록 엷게 뻗어 있는 것을 보았는가? 구절초의 사무치는 북쪽을 보았는가? 해마다 이맘 때면, 전북 정읍시 산내면 옥정호 구절초 테마공원에서는 구절초 축제가 열립니다 2005년 부터 축제를 열어왔으니 벌써 여러 해 째입니다, 올해는 10.6~10.14일 까지 9일간 열리는데 축제의 첫 날 방문했지만 꽃의 70% 이상이 .. 2012. 10. 8. 먼산 먼산... 김용택 그대에게 나는 지금 먼 산이요. 꽃 피고 잎 피는 그런 산이 아니라 산국 피고 단풍 물든 그런 산이 아니라 그냥 먼 산이요. 꽃이 피는지 단풍 지는지 당신은 잘 모르는 그냥 나는 그대를 향한 그리운 먼 산이요. 꽃이 피는지 단풍 지는지 당신은 잘 모르는 그냥 나는 그대를 향한 그리운 먼 산이요. 2012. 10. 4. 가을엽서 가을엽서 안도현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줄 것이 많다는 듯이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2012. 9. 12. 상처받은 자에게 쑥부쟁이 꽃잎을 상처받은 자에게 쑥부쟁이 꽃잎을 박남준 쑥부쟁이 그 목 긴 꽃그늘이 바람결에 사위어가는 강길을 따라 가슴에 못을 박은 사랑을 보냈는가 짐승처럼 웅크린 채 한 사내가 울고 있다 언젠가는 사랑에 비하면 오늘의 상처는 턱없이 가벼우리라 쑥부쟁이꽃들 그 여린 꽃잎 가만가만 풀어 보내 사내의 물결쳐가는 뒷등을 잔잔히 껴안는다 2012. 9. 10. 흰부추꽃으로 흰 부추꽃으로 박남준 시, 낭송 몸이 서툴다 사는 일이 늘 그렇다 나무를 하다보면 자주 손등이나 다리 어디 찢기고 긁혀 돌아오는 길이 절뚝 거린다 하루해가 저문다 비로소 어둠이 고요한 것들을 빛나게 한다 별빛이 차다 불을 지펴야겠군 이것들 한때 숲을 이루며 저마다 깊어졌던 것들 아궁이 속에서 어떤 것 더 활활 타오르며 거품을 무는 것이 있다 몇 번이나 도끼질이 빗나가던 옹이 박힌 나무다 그건 상처다 상처받은 나무 이승의 여기저기에 등뼈를 꺽인 그리하여 일그러진 것들도 한 번은 무섭게 타오를 수 있는가 언제쯤이나 사는 일이 서툴지 않을까 내 삶의 무거운 옹이들도 불길을 타고 먼지처럼 날았으면 좋겠어 타오르는 것들은 허공에 올라 재를 남긴다 흰 재, 저 흰 재 부추밭에 뿌려야지 흰 부추꽃이 피어나면 목숨이 .. 2012. 8. 28. 가을날 가을날 헤르만헷세 숲가의 가지들 금빛에 타오를때 나는 홀로 길을 갑니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몇번이나 둘이서 걸었습니다 이 좋은 날들에 오랫동안 마음에 지니고 있던 행복도 서러움도 나에게서 이제 먼 곳 향기 속에 녹아 사라졌습니다 2012. 8. 27. 열대야 열대야...홍 수 희 언젠가 마주쳤던 그 얼굴이 다 전생의 추억처럼 숨어 살다가 우연처럼 안으로 뛰쳐 들어와 가까스로 정돈이 되었던 기억과 기억의 틈 사이를 헤집고 다녀 시간과 시간의 틈 사이를 비집고 다녀 뭐 그것이 사랑이라고 뭐 그것이 그리움이라고 허락도 없이 대체 허락도 없이 질서도 없이 대체 질서도 없이 꽃으로 보아 주어서 고마워요...라고 말하는 듯 하다 요즘 아파트나 공원에 너무 흔해서,사람들은 그다지 눈길을 주지 않는다 한 송이로는 돋 보이지는 않지만 이렇게 집단적으로 피어 있으니...아름다운 꽃밭이다 2012. 8. 16. 공존의 이유 공존의 이유 - 조병화 깊이 사랑하지 않도록 합시다. 우리의 인생이 그러하듯이 헤어짐이 잦은 우리들의 세대 가벼운 눈웃음을 나눌 정도로 지내기로 합시다. 우리의 웃음마저 짐이 된다면 그때 헤어집시다. 어려운 말로 이야기하지 않도록 합시다. 당신을 생각하는 나를 얘기할 수 없음으로 인해 내가 어디쯤에 간다는 것을 보일 수 없으며 언젠가 우리가 헤어져야 할 날이 오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사랑합시다 우리 앞에 서글픈 그날이 오면 가벼운 눈 웃음과 잊어도 좋을 악수를 합시다 팔당댐 토끼섬 앞에 서면,봄날의 노랑 애기똥풀 꽃밭이 생각나고,굳게 얼어붙었던 그 겨울도 물론 생각나죠 긴 여름 날이 저무는 능내리의 저녁은 조용하고도 포근합니다 황포 돛배는 돛을 내리고 물결따라 흔들흔들...한가로운 풍경입니다 기차길이.. 2012. 8. 4. 이전 1 ··· 31 32 33 34 35 36 37 ··· 4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