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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詩 한 편367

기도 기도 원경 그대 나의 이 달빛에 얼룩진 그리움을 펼쳐 보소서 때론 소녀같이 홀로 울고 때론 애기 늑대같이 울부짖던 갈망을 들으소서 그대 없는 비인 산 녘의 바람 소리를 들으며 몇 밤을 몇 밤을,새고 새고 눈이 어두워 보지 못하는 이 몸 단 한 번만이라도 온전한 미소로 나의 영혼을 쓰담어 주소서 수련 중에서도 이렇게 하얀 수련이 넓은 못을 가득 덮고 있는 곳은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혼례식날 신부가 들고 있는 순결한 부케처럼... 새하얀 꽃 한송이가 눈 부십니다 2012. 8. 2.
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듣는다 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듣는다 박남준 툇마루에 앉아 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바라본다 마당 한쪽 햇살이 뒤척이는 곳 저것 내가 무심히 버린 놋숟가락 목이 부러진 화순 산골 홀로 밭을 매다 다음날 기척도 없이 세상을 떠난 어느 할머니, 마루 위엔 고추며 채소 산나물을 팔아 마련한 돈 백만원이 든 통장과 도장이 검정 고무줄에 묶여 매달려 있었다지 마을 사람들이 그 돈으로 관을 마련하고 뒷일을 다 마쳤을 때 그만 넣어왔다 피붙이도 없던 그 놋숟가락 언젠가 이가 부러져 솥 바닥을 긁다가 목이 부러져 내 눈밖에 뒹굴던 것 버려진 것이 흔들리며 옛일을 되돌린다 머지않은 내일을 밀어올린다 가만히 내 저금통장을 떠올린다 저녁이다 문을 닫고 눕는다 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듣는다 유독 박남준의 시를 좋아하던 친구가 하나 있었다,.. 2012. 8. 1.
편지 미국의 공원과 화단에 유난히 이 꽃이 많아서 꽃 이름이 궁굼했었는데,이제야 알았습니다 북아메리카 원산 국화과 허브의 일종인 "에키네시아"로군요, 강동 허브공원에서 알았습니다 편지 김용옥 혼자서 이야기를 합니다 어제 내내 그리웠노라고 보고 싶어서 일어난 새벽에 눈이 왔노라고 이제 보냅니다. 내 마음의 미농지 위에 "속절없이" 라고만 그렇게 다시 씁니다 2012. 7. 25.
바람의 소리 바람의 소리 난 가만히 있는데 바람이 그대를 부르네요 그리웁다고 내가 아닌 바람의 소리인 까닭에 그렇다고,그렇다고 잠들 수 없는 긴 밤 애꿎은 바람을 탓하려 밖으로 나가면 낙엽진 빈 가지들 사이로 어느덧 달아나 버리고 그런 바람 어쩔 수 없어 들창문 꼭 닫고 숨어들면 바람 소리는 또다시 문전에 다가와 더욱 또렷이 속삭이지요 그리운 거라고 아! 혼령같은 바람이여 2012. 7. 19.
나처럼 그대처럼 나처럼,그대처럼 당신이 죽고나면 산도,나무도,그대도,이웃도,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대는 말했지요 그래요 나 역시도 그리되겠지요 사람이란 본디 작은 자연의 일부에 지나지 않거늘 하늘 같은, 땅 같은 마음으로 크게만 살다가 스러질 땐 한 자락 촛불마냥 힘없이 가는 거지요 그러나 이러한 슬픈 회의도 삶에 대한 애착일 뿐이지요 삶도 내가 맞이하는 삶이듯이 죽음 또한 내가 맞이해야 할 또 다른 삶이지요 당신이 죽은 뒤에 산도,나무도,그대도,이웃도,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마세요 그들 또한 스스로의 삶의 몫을 사니까요 나처럼 그대처럼! 연이 무성하게 자라고 핀 절간에서 가사와 장삼의 스님들 대화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붉은 승복이 하나의 꽃처럼 보이고, 나의 존재와 삶과 죽음에 대하서 잠시 생각해 보게 합니다 2012. 7. 16.
종소리 종소리 박남수 나는 떠난다. 청동(靑銅)의 표면에서 일제히 날아가는 진폭(振幅)의 새가 되어 광막한 하나의 울음이 되어 하나의 소리가 되어. 인종(忍從)은 끝이 났는가. 청동의 벽에 '역사'를 가두어 놓은 칠흑의 감방에서. 나는 바람을 타고 들에서는 푸름이 된다. 꽃에서는 웃음이 되고 천상에서는 악기가 된다. 먹구름이 깔리면 하늘의 꼭지에서 터지는 뇌성(雷聲)이 되어 가루 가루 가루의 음향이 된다 사패산에서 하산하다 들른 회룡사...때마침 저녁 예불 시간인지 은은한 종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주지스님도 여승인데, 타종도 여자스님이 합니다, 몇번을 치는지 모르나 아주 오랫동안 적어 가면서 종을 칩니다 회룡사 범종각이 사찰내에서 유난히 돋보이는데,이 곳에는 법고와 범종,목어, 운판이 있고, 각각 치는 의미가 다.. 2012. 6. 19.
꽃멀미 꽃 멀 미 이해인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나면 말에 취해서 멀미가 나고, 꽃들을 너무 많이 대하면 향기에 취해서 멀미가 나지. 살아 있는 것은 아픈 것, 아름다운 것은 어지러운 것. 너무 많아도 싫지 않은 꽃을 보면서 나는 더욱 사람들을 사랑하기 시작하지. 사람들에게도 꽃처럼 향기가 있다는 걸 새롭게 배우기 시작하지. 2012. 6. 15.
테입에 대한 단상 테입에 대한 단상 조윤주 살아생전 아버지의 목소리가 녹음된 망가진 테입을 휴지통에 넣으면서 제 몸이 바람임을 알았습니다 망가진 줄도 모르고 잡음을 내며 너무 멀리 와버린 인생을 보면서 아버지의 아버지,우리 모두가 바람의 집 한 채임을 알았습니다 바람이 낳은 씨들이 이 지구를 푸르게 하는 새싹인 것을 알았습니다 막막한 저 속으로 노 저어 들어가고 싶은 뿌연 풍경.... 무한, 영원... 내 몸이 한낱 바람임을 알았습니다 우리 모두가 바람의 집 한 채였음도 알았습니다 2012. 6. 14.
사막 사막 류시화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 때로는 뒷걸을질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2012. 6. 6.